“러시아는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는 도전해 볼만한 시장이다.”

박근태 CJ대한통운(000120)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7일 ‘한‧러 기업협의회’ 출범식 직후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러시아는 미국 등에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응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 시장”이라고 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한국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을 돕기 위해 한‧러 기업협의회를 설립했다. 박 사장은 한‧러 기업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러시아는 인구 1억4000만명, 국내총생산(GDP) 1조6000억달러 규모의 국가다. GDP 기준으로 한국이 세계 11위이고 러시아는 12위로 바로 뒤를 잇고 있다.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할 뿐 아니라 독립국가연합(CIS) 대표적인 소비 시장이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의 경제제재, 열악한 물류 기반, 자국 산업 보호 정책 등으로 국내 기업의 러시아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북방경제협력을 핵심 외교정책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러 기업협의회의 설립이 추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나인브릿지(9-Bridge)‘ 전략을 제시했다. 나인브릿지는 러시아와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러 기업협의회는 나인브릿지 전략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인 셈이다.

박 사장은 “러시아는 정치적으로 한반도 평화정착과 공동 번영 실현을 위한 중요한 협력파트너인 동시에 경제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친 무한한 협력 대상”이라며 “정부가 나인브릿지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실질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러 기업협의회’ 회장을 맡은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 “CGV 통해 러시아에 극장 33개, 스크린 160개 운영 계획”

CJ대한통운이 회장사를 맡게 된 배경에는 최근 가장 활발하게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는 물류기업인 동시에 모기업 CJ그룹이 가지고 있는 문화 콘텐츠 역량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인도, 중동, 베트남 등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을 진행한 바 있다.

박 사장은 “CJ는 북극항로 개척, 극동지역 항만개발 투자 등 러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CGV를 통해 극장 사업자 최초로 러시아에 진출해 2020년까지 극장 33개, 스크린 160개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러시아는 농산물을 가공해 자국 안에서 배송하거나 수출할 수 있는 냉동‧냉장 물류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냉동‧냉장 물류 시장에서도 비즈니스 찬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기업들이 러시아 진출 과정에서 겪는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현지 정부의 허가, 비준, 통관 등 각종 절차를 꼽았다. 한‧러 기업협의회가 이런 애로사항을 정리해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에 전달하면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러시아 정부와 협의해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러시아와 경제 협력이 활발해지면 석유화학, 광물자원개발, 전력, 농업, 수산업, 목재가공, 기계제작, 관광, 교통물류,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러시아와 협력할 경우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등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시장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

◆ ‘동방 진출 가교’ 블라디보스토크 주목…TSR 공동 연구 필요성도 강조

박 사장은 드넓은 러시아 지역에서도 블라디보스토크를 주목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도입은 러시아 정부가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물류‧산업단지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며 “러시아는 극동지역을 ‘동방 진출 가교’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는 이 지역의 발전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CJ대한통운은 ‘TKR(한반도종단철도)‧TSR(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사업’을 통한 한‧러 철도협력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출입화물 99.7%는 선박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박 사장은 “철도협력이 추진되면 해상 운송에서 벗어나 육상 운송으로 재편되는데, 이럴 경우 국내 기업들의 물류비와 운송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그 뿐 아니라 한국이 대륙과 해상을 연결하는 동북아 물류허브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 사장은 북극항로 개척이나 TSR에 대한 공동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TSR과 연계한 물류 서비스를 만들려면 비용, 다른 철도와의 연계성, 철도차량 컨테이너 확보 가능성 등 다양한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 박 사장은 “CJ대한통운 종합물류연구원에서 북극항로나 TSR 이용에 필요한 조건들을 연구하고 있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연구를 독자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한‧러 기업협의회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과제를 공동으로 풀어가는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러시아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박 사장은 “러시아도 러‧한 기업협의회를 만들 예정인데, 한‧러 기업협의회와 함께 분기나 반기에 한 번씩 만나서 서로 교류하고 사업 파트너를 찾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이미 러시아에 현지 물류 산업 전반에 대한 분석 등을 요구했다. 전체 물류 시장 규모, 필요한 물류 산업 종류 등을 공동으로 분석한 뒤 협력하기로 했다.

한‧러 기업협의회는 분기에 한 번씩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함께 전체 회의를 갖고, 러시아 진출 과정에서 겪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에너지, 물류 등 산업별 분과를 조직해 현안에 따라 수시로 분과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특수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