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고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로드맵이라더니, 수도권 땅값만 들쑤실 판이에요.”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공공택지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도권 일대 토지시장이 심상치 않다. 지방보다 더 많은 택지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하면서 공급이 확정된 지역 인근 토지 매물은 싹 사라졌고, 예정지로 거론되는 지역 문의도 크게 늘었다.

정부는 최근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40여개 공공주택지구를 새로 조성해 16만가구를 지을 수 있는 택지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중 수도권에는 10만가구 규모의 택지가 공급된다. 성남 금토·복정, 의왕 월암, 구리 갈매역세권, 남양주 진접2, 부천 괴안·원종, 군포 대야미 등 8곳이 우선 확정됐다.

공공택지로 지정될 예정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복정동 일대.

7일 현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성남 금토동, 남양주 진접읍, 구리 갈매지구 등 그린벨트가 해제될 예정인 지역 토지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서울과 가까워 입지가 좋은 곳으로 꼽히는 금토동 택지지구(58만3000㎡)의 경우 총 3만4000가구의 공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금토동 그린벨트 주변에 있는 개발 가능한 땅은 현재 3.3㎡당 1500만원 이상을 호가한다. 발표 전까지만 해도 3.3㎡당 1200만~1300만원 수준에서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남양주 진접읍도 마찬가지. 이곳은 앞으로 개발될 택지지구 중 가장 면적이 넓은 곳(총 면적 129만2000㎡)으로 12만6000여가구의 공공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진접읍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용 대상지 바로 옆에 땅을 보유한 사람들은 신이 났다”면서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택지예정지구 인근 농지는 3.3㎡당 80만~9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물건이 다 사라졌고, 앞으로 호가가 얼마나 더 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지로 거론되지만 아직 확정이 안 된 지역에도 투자자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내곡동 그린벨트의 논과 밭의 호가는 현재 3.3㎡당 200만원대가 최저 수준이고 그 이하 물건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올해 10월만 하더라도 3.3㎡당 170만원대에서도 계약이 이뤄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내곡동에서도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지역으로 거론됐던 지역 땅은 이미 오래 전에 매매가 다 이뤄졌고, 지금은 보상 기대가 커져 팔려고 내놓으려는 땅주인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택지 공급이란 호재를 맞아 땅값이 꿈틀거리는데 반해 투기방지책은 약해 수도권 토지시장이 또 하나의 투기장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2 부동산 대책 등 잇따른 정부 정책으로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부동산 투자 열기가 수도권 토지를 도화선 삼아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최근 한 차례 올랐어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 갈 데 없는 유동자금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금토동 K공인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 이후 수도권 그린벨트뿐 아니라 주변 건물까지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위치를 확정지은 뒤 발표했어야 하는데, 확정이 덜 된 상태에서 발표해 투기세력들만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보상금이 풀리면 주변 지역 부동산으로 재투자돼 가격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이전처럼 보상금이 100% 현금은 아니더라도, 보상 과정에서 일정 부분 현금이 풀리는 것은 불가피한데, 이런 자금들은 대체로 다시 부동산으로 투입된다”면서 “수도권 아파트는 공급과잉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토지나 상가 등 비(非)주택 부동산 가격도 뛸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민공람 기준으로 현재 건축 등 행위가 제한돼 있어 투기행위가 어렵다”면서 “공공주택 동향을 계속 확인하고, 불법행위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