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이 28일 베이징(北京)과 산둥(山東) 지역 여행사들의 한국 단체 관광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행, 면세업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경제보복의 ‘표적’이었던 롯데는 이번에도 제재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28일 베이징과 산둥 지역 회의를 열고 이 지역 여행사들의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롯데호텔, 롯데면세점 등 롯데그룹 전 계열사와는 어떤 협력도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복수의 국내 여행·면세업계 관계자는 “현지 소식통을 통해 베이징, 산둥 지역 단체관광 금지조치 해제와 롯데그룹에 대한 제재 유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입국만을 바라보고 있던 국내 여행·면세업계는 다음달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사드 보복 해제에 관한 실행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지역 등 일부 제한은 있으나 사실상 점진적인 단체관광 규제 폐지를 의미한다고 본다”며 “내년초부터는 본격적인 단체관광 재개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은 괜찮지만 롯데는 안된다…침통한 롯데그룹

이번에 롯데를 콕 집어 제재를 유지한 것은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사드 관련 3불(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금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이행을 거듭 요구하는 상황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제한사항과 더불어 롯데 제재를 풀지 않은 것은 한국의 움직임을 떠보겠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롯데가 현지에서 진행 중인 1조원 규모의 ‘청두 프로젝트’ 공사 재개 허가를 내줬지만, 청두의 3배에 달하는 규모의 ‘롯데월드 선양’ 프로젝트의 공사 재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중국 내 롯데마트의 경우 연이은 한중 관계 회복 신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12개 매장 중 87개 점포의 영업이 중지된 상황이다.

한편 중국의 이번 조치로 롯데면세점의 경쟁업체인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등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2015년 51.7%에서 올해들어 7월까지 42.4%로 감소했다. 반면 2015년 시장점유율 3.8%에 불과했던 신세계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2.2%까지 늘었다.

◆ 중국인 매출 회복세 보이고 있지만… 단체관광 예년수준 회복까진 시일 걸릴듯

지난 3월 중국 당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을 내린 이후 중국 내 여행사들은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취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이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며 국내 여행, 면세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들어 10월까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5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6% 줄었다.

앞서 지난달 31일 한중 관계복원 합의문 발표에 이어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양국의 교류협력 정상화를 협의했음에도 국내 여행·면세업계는 “단체관광 금지조치가 계속되는 한 업황 개선을 속단할 수 없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었다.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지만 단체관광객 입국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이징, 산둥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은 사드 보복 이전의 60% 선으로 알려졌다. 단체관광 수요가 생기더라도 베이징과 인천을 오가는 항공편이 예전 수준으로 늘어나야 대량 입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간에 항공노선을 재배치할 순 없고, 겨울은 전통적인 한국 여행 비수기이기 때문에 내년 봄에야 중국 관광객 입국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중 관계 해빙기를 맞으며 국내 유통업계의 중국인 매출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월별 중국인 매출은 지난 6월을 기점으로 감소폭이 줄더니 중국 국경절 연휴가 있었던 10월에 13% 증가했다.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롯데면세점에도 중국인의 발길이 돌아왔다. 11월 들어 롯데면세점 전 점포의 일평균 중국인 소비자 매출은 전월 대비 18.5% 늘었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의 이달들어 11일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