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지하철 신용산역 옆으로 정육면체 형태의 하얀 빛깔 건물이 보였다. 건물 중간을 뚫어 만든 초록빛 정원도 있었다. 오는 20일 문을 여는 아모레퍼시픽그룹 신사옥이다. 건물 안팎에선 막바지 정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회백색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외벽은 화려하지 않고 수수했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니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달항아리 느낌을 살렸다"는 건축가 영국 데이비드 치퍼필드(Chipperfield)의 말 그대로였다. 주변 주민들은 "용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61년 전 용산 첫 사옥 터에 세워

아모레퍼시픽은 1945년 개성에서 창업한 서성환 선대회장이 1956년 사옥을 세워 사업의 기틀을 닦은 그 자리에 신사옥을 지었다. 1976년에는 용산 사옥 신관을 세우고 고속 성장을 지속해 'K 뷰티' 대표 기업이 됐다. 같은 자리에 세 번째 사옥을 건립한 서경배 회장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미(美)의 전당'이 될 신사옥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개장하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서울 용산 신사옥. ‘한국의 미(美)’를 상징하는 백자 달항아리에서 건물 이미지를 착안했다(위 사진). 건물 5층에는 한옥의 건물 속 정원인 ‘중정’이 있다(아래 사진).

신사옥은 '서경배 빌딩'으로 불린다. 서 회장은 2011년 4월 임직원에게 "백자 달항아리를 보면 한국의 미가 떠오른다. 세계인과 소통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와 지혜를 나눌 때 신사옥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담는 달항아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7년 뒤 서울의 새 도심으로 부상하는 용산에 '백자 달항아리' 신사옥이 문을 연 것이다. 지하 7층, 지상 22층으로, 연면적 18만8902㎡(약 5만7150평) 공간에 임직원 3500여 명이 둥지를 튼다. 공사비로 총 6000여 억원이 투입됐다.

간결한 외관, 연결·소통 강조한 내부

아모레퍼시픽은 "신사옥을 관통하는 콘셉트는 '연결(Connectivity)'"이라고 밝혔다. 자연과 지역, 회사와 고객, 임직원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소통이 이뤄지도록 설계했다는 것이다. 권성혜 과장은 "30층 높이까지 지을 수 있었지만 22층으로 결정했다"며 "서울역에서 한강대교로 이어지는 흐름을 따라 주변 공간과 조화를 위해 스스로를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는 지역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공용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상업 시설을 최소화하고 문화 소통 공간을 늘렸다. 1층 로비는 3층 천장까지 15.9m 높이로 탁 트이게 만들었다. 건물 어느 쪽에서도 오가는 시민들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도록 했다. 2층에는 고객들이 브랜드 제품을 체험하는 공간도 있다. 빨간색 좌석 450개를 설치한 2~3층 대강당에선 멀리 용산 공원이 보인다. 지하에는 다양한 작가 전시회를 개최할 미술관도 들어선다.

용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기대 모아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에서 가장 돋보이는 공간은 옥상 정원 형태의 중정(中庭)이다. 건물 한가운데를 뻥 뚫어 만든 개방 공간으로 건물 5층과 11층, 17층 등 3곳에 있다. 특히 5층 중정은 청단풍 10여 그루를 심어 고즈넉한 정원 분위기를 살렸다. 주변 풍경을 빌리는 한옥의 '차경(借景)' 방식을 도입해 멀리 용산공원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6층부터 21층까지 오피스 공간은 사무실의 칸막이를 없앴다. 건물 어느 자리에서도 자연 채광이 가능하다.

신사옥 주변에서는 "랜드마크급 대형 건물이 들어서 지역 발전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종로와 광화문 등 중심업무지구(CBD)가 확장되는 가운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용산의 부도심 기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를 앞두고 용산역 주변에 대형 호텔과 면세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며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