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GM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월 카허 카젬 신임 사장이 부임해 한 차례 진화됐던 '한국 철수설'이 유럽 수출 물량 감소 가능성, 신차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일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자(子)회사인 오펠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GM에서 수입하던 경차·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물량을 오펠의 유럽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는 언급되지 않았다. PSA는 올해 초 GM의 유럽 법인이던 오펠을 인수했다. 매각 합의 때만 해도 당분간 한국GM으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은 유지한다고 했으나 상황이 변한 것이다.
당장 한국GM엔 비상이 걸렸다. 한국GM은 작년에만 오펠을 통해 13만대를 수출했다. 한국GM의 작년 연간 판매 대수(59만7165대)의 22%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공장 가동률은 더 낮아질 것이고, 결국 구조조정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한국GM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한국GM의 올해 1~10월 국내 판매량은 11만176대로 작년 같은 기간(14만4726대)보다 24% 줄었다.
한국GM은 이 상황을 극복하겠다며 이달 1일 준중형 세단인 '올뉴크루즈' 디젤 모델을 출시했지만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서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다. 올뉴크루즈 디젤의 가격은 2249만~2558만원이다. 준중형 시장에서 동급 경쟁 모델인 현대차의 '아반떼' 디젤(자동변속기) 보다 최대 424만원이 비싸다. 한국GM 측은 "다양한 고급 옵션이 기본 장착됐고, 상품성이 더 높다"고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