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 닛케이신문의 월간정보지 ‘닛케이 트렌디(Nikkei Trendy)’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판매된 상품 및 서비스를 평가해 ‘2017년 30대 히트 제품’을 발표했다. 평가 기준은 매출·신규성·영향력 등 3가지다.

‘닛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2017년 30대 히트 상품에서 1위를 차지한 닌텐도 스위치

2017년 히트 상품 1위는 ‘닌텐도 스위치’가 차지했다. 닌텐도 스위치는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게임기다. 가정에서 TV에 연결해 콘솔 게임기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휴대용 태블릿 PC 등에 컨트롤러를 부착해 휴대용 게임기로도 이용 가능하다.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 3월 발매 직후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6개월 만에 500만대 이상 판매되면서 닌텐도 역사상 단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에 등극하기도 했다. 다음 달 1일 국내에서도 정식 출시되며 가격은 36만원이다.

2위는 메이지의 ‘더 초콜릿’이 선정됐다. 메이지는 일본 내 초콜릿 매출액 1위 기업으로, 지난해 9월 고급 초콜릿 ‘더 초콜릿’을 발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더 초콜릿은 기존 초콜릿 가격의 약 2배인 230엔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기존의 메이지 초콜릿(위)과 포장지를 고급화한 더 초콜릿(아래)의 모습

더 초콜릿은 고급스러운 소재의 패키지와 독특한 로고 모양으로 기존의 초콜릿과 차별화했다. 이러한 패키지 전략은 SNS를 활발히 운영하는 일본 젊은 층의 눈길을 끌었고, 출시 7개월 만에 예상치의 2배가 넘는 2000만개를 팔아치우는 데 성공했다.

SNS상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발매 70일 만에 약 9000명이 인스타그램에 더 초콜릿의 사진을 올렸고, 103개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단지 먹기 위해 식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SNS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밖에도 손쉽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도록 미리 손질된 식재료를 배달해주는 '밀키트'(4위)와 반년간 450만개가 팔린 신선한 페트병 커피 '산토리 크래프트 보스'(6위), 손으로 조작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난감 '핸드 스피너'(10위) 등이 히트 상품으로 선정됐다.

일본의 음료 제조기업 산토리에서 만든 신선한 페트병 커피 ‘크래프트 보스’

코트라 오사카 무역관은 2017년 히트 상품을 소개하며 일본 소비 시장의 3가지 키워드가 SNS·간편함·체험이라고 설명했다. 밀키트와 크래프트 보스처럼 일상생활에서 간편하게 양질의 제품을 접할 수 있게 하는 ‘간편함’은 일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색다른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체험’도 마찬가지다. 히트 상품 1위에 오른 닌텐도 스위치와 객석이 360도 회전하는 극장 'IHI 스테이지 어라운드 도쿄'(14위), 움직이는 미니언즈로 화제가 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미니언즈 파크'(23위) 등은 소비자의 체험 욕구를 자극하며 지난 한 해 동안 일본 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SNS도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최근 일본에서는 SNS용 사진을 뜻하는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SNS 이용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SNS상에서 화제가 된 더 초콜릿이 2017년 히트 상품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등 소비 심리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CT 리서치앤컨설팅에 따르면 일본 내 SNS 이용자는 2016년 기준 6872만명으로 추정되며, 2018년에는 7486만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인스타그램의 이용률은 전년 대비 11.4% 증가하며 SNS 매체 중 가장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