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푸드(한류 식품) 수출 ‘10조원(90억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 초코파이 만두 김 등 K푸드가 국내에서 검증된 제품력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맛'을 과시하고 있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들어 9월까지 한국의 식품 수출액은 67억7686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90억달러 수출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년 전인 2007년 37억달러(4조원)의 2.5배 수준이다.
K푸드 대표 선수는 라면을 위시한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은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의 63%를 차지했다. ‘신라면' 등 한국 라면의 수출액은 지난해 4억977만달러로 2014년 3억2021달러에서 2년만에 27.9% 늘었다. 교민을 상대로 한 미국·일본 수출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한국 라면은 세계 최대 라면 시장인 중국에서 35.3%를 점유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27.3%를 기록했다. aT 관계자는 “농심을 비롯한 한국 라면 업체들이 2015년부터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우수한 제품력, SNS 마케팅 등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 만두·초코파이·메로나… 한국산 ‘김’ 인기도 폭발
라면 외에도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오리온 ‘초코파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메로나’ 등이 국내에서 검증받은 제품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10년 미국에 진출한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 미국 가공 만두 시장에서 1위(11.3%)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비비고 만두 매출 목표를 1조원으로 잡았다. 이중 70%를 해외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미국·중국·러시아·독일·베트남 등 계획된 해외 생산기지 투자 금액은 2000억원을 넘는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중국 기업 브랜드 연구소가 발표한 2017년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오리온은 지난해 초코파이 매출액 4820억원 중 70.9%(3420억원)를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에서 거뒀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 메로나 등 대표 상품을 중국과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0년 67억원에 불과하던 수출 규모는 지난해 320억원으로 4.7배 성장했다.
농수산물 중에선 김이 대표적인 수출 효자 상품이다. 일본·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한국의 김 양식 및 가공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김 수출 실적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1.8% 증가해 지난해 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전년동기대비 49% 늘어난 2억69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김의 40%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 미국 내 400여개 코스트코(COSTCO) 매장에서 소비되는 한국산 김은 연간 20피트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이 넘는다. 여인홍 aT 사장은 최근 “우리 김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바다의 반도체”라며 “동남아, 브라질, 러시아 등 유망국으로 진출을 확대해 올해 5억달러, 2024년 10억달러 수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마케팅 현지화, 제품의 고급화로 세계시장 출사표…시장다변화는 과제
K푸드의 성공 요인은 마케팅의 현지화, 제품의 고급화로 요약된다. 농심은 중국 진출 초기인 1999년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만들어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바둑 마케팅에 나서 인지도를 높였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중국에 수출하면서 부제를 한국의 ‘정(情)’에서 ‘어질 인(仁)’자로 바꿨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에서 남녀 간의 애정을 의미하는 '정' 대신 중국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인 '인'으로 부제를 대체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해외에서 현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국내 제품과 최대한 유사한 맛을 추구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대성공한 대표 제품을 들고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며 “품질에서 자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이미지를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K푸드 수출에서 중국, 일본, 미국 3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 수출 상위 10개국의 비중은 75%를 넘는다. 이 때문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2분기 국내 식품업체들은 큰 폭의 매출 하락을 겪었다.
사드 갈등 봉합으로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를 보이고 있지만 식품업계는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aT는 지난해 말 ‘시장다변화 TF’를 발족하고 동남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수출 유망 국가 20여개를 선정해 박람회·수출유망품목 발굴·판촉행사 등을 벌였다. 성식천 aT 시장다변화 TF 팀장은 “권역별 중점 국가를 선정해 국내 기업들의 시장 발굴,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인도에 막걸리·김치, 동남아시아에 두유 수출 계약을 맺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