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가맹점주 노조' 결성을 지원하고, 최근 논란이 됐던 '필수 구매품목'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자정안'을 내놓았다. 프랜차이즈 본부의 '갑질'에 맞서 점주들이 단체를 결성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본부가 과도하게 유통마진을 챙긴다고 지적받은 필수 품목을 최소화해 점주들의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가맹점주 단체들은 이번 협회의 자정안에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요구에 억지로 맞춘 무리한 자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체 가맹점의 90%까지 가맹점주단체 가입하도록 할 것"
프랜차이즈협회는 27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점 100곳 이상 가맹본부는 1년 이내에 대표성 있는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하도록 지원하고, 이들과 상생협약을 체결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자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자정안 발표는 지난 7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협회에 "늦어도 10월까지 자정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협회는 국내 가맹점의 90%까지 가맹점주단체에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맹본부가 점주단체 구성을 방해하거나 대화를 고의적으로 회피하면 협회 차원에서 징계할 방침이다.
'로열티 제도' 도입도 지원한다. 로열티 제도란 본부가 가맹점에 식자재 등 필수 물품을 공급하면서 마진(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일정 비율을 수수료 형식으로 받아가는 방식을 뜻한다. 품질·서비스 균질화를 위해 점주들이 본사로부터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 범위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협회는 본부가 필수품목의 원산지·제조업체 정보·공급가격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현행 10년인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보장 기간을 아예 폐지하고 점주가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갱신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회에 법 개정도 촉구한다. '프랜차이즈 공제조합'을 설립해 본부의 도산·재정 악화 등으로 인한 점주 피해를 보상한다.
◇김상조 위원장, "협회 가입 안 한 업체들도 자정안 따르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공정위원장은 협회가 내놓은 자정안에 대해 "의미 있는 개선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발전시켜달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내년 2월까지 '모범 규준'을 마련하며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다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협회의 자정안에 대해 "업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인 데다,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임원 A씨는 "개인사업자인 점주들에게 '노조'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도 모자라 이 불분명한 단체와 무엇을 어디까지 협의하라는 것이냐"고 했다. 커피전문점 업체 임원 B씨는 "프랜차이즈 개혁을 위해서는 본부뿐 아니라 가맹점주의 의식 전환도 필요한데, 본부에 대해서만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협회가 전체 프랜차이즈 업체의 25% (1300여 개)만 가입한 단체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상조 위원장은 "협회 회원으로서 기준을 따르는 가맹본부보다 그렇지 않은 본부를 주의 깊게 볼 것"이라며 사실상 비가입 업체도 자정안에 따를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