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C-Lab)’ 분사(스핀오프) 사례를 크게 늘린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C랩 7개 우수과제를 스타트업으로 분사시켰다. 개인 휴대용 미세먼지 제거 공기청정기 '블루필', 스마트폰 LED∙카메라를 이용한 초저가 혈당측정 솔루션 '원드롭' 과제팀이 분사했다.
삼성전자 관계사 직원이 참여하는 개방형 '오픈 C랩' 과제의 첫 분사 사례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C랩 과제 중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선정해 스타트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9개와 11개 과제를, 올해는 12개 과제를 창업 지원했다. 이번에 분사한 사례까지 합치면 현재까지 총 32개 과제가 스타트업으로 출범했다.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서는 7개 과제 참여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C랩의 적극적인 행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의 일자리위원회에서 스타트업 육성을 첫 번째 과제로 내세우며 C랩을 모범사례로 꼽은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C랩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C랩을 모범적인 사례로 꼽은 만큼 분사하는 C랩이 규모 면에서 계속 확장될 것”이라며 “기존 상·하반기에 약 10개 과제가 분사했다면 지금의 두 배까지도 분사하는 과제 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C랩은 국내서 ‘스타트업 황무지’로도 여겨졌던 하드웨어 제품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장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존 스타트업이 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소프트웨어 위주였다면 삼성전자 C랩 과제로 하드웨어 아이템이 많이 선정돼 분사됐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에서 제조기술과 양산과정, 유통시스템 등을 익힌 엔지니어들이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로 하드웨어 아이템을 C랩 과제로 선정하고 있다.

하드웨어 제품으로 분사한 대표적인 C랩 출신 스타트업에는 웨어러블 360도 카메라 ‘링크플로우’, 헬스케어 스마트 벨트 ‘웰트’, 피부에 일회용 문신을 그려주는 스킨 프린터 ‘스케치온’, 헬멧 사용자를 위한 핸즈프리 기기 '아날로그플러스’, 피부 속 문제점을 사전에 알려주는 휴대용 기기 ‘루미니’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 링크플로우의 김용국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제품 기획부터 양산, 납품 시스템을 습득한 직원들이 C랩 과제로 하드웨어 제품을 주로 선택하고 분사했다”면서 “국내에서는 제품 기획에서 양산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하드웨어 제품을 스타트업 아이템으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C랩에서 많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도 “C랩 전에도 하드웨어 제품 스타트업은 종종 있었지만 스타트업 시장에서 애플리케이션 분야가 대다수를 차지했다”며 “삼성전자가 C랩을 시작한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서 쌓였던 제품 아이디어가 쏟아지면서 질이 좋고 양산이 가능한 제품이 많이 나와 하드웨어 스타트업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