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P2P(개인간) 금융업체의 연체율이 77%를 넘어서면서 고수익을 노리던 P2P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P2P 업체 '펀듀'의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0%였으나 한 달 만에 49%(9월 말 기준)로 치솟았고 지난 20일엔 77.2%까지 올라갔다. 업체 측은 "12월 초까지 대출금이 모두 상환될 예정이며 연체 이자도 제때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돈을 떼이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P2P 업계는 특정 업체의 사례일 뿐 업계 전체의 연체율이 높은 것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올 들어 P2P 업체의 평균 연체율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들은 P2P 투자가 원금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지는 P2P 대출 규모… 연체율도 상승 추세
P2P 금융은 사업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이 P2P 업체에 대출을 신청하면 P2P 업체들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빌려주고,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받게 해주는 서비스다. 보통 연 10~20%의 이자 수익을 내걸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펀듀는 P2P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장기로 돈을 빌려야 하는 업체에 2~3개월짜리 단기 대출을 여러 건으로 쪼개 자금을 빌려줘왔다고 한다. 앞선 단기 대출을 상환할 때가 되면 또 다른 투자자에게 단기 대출을 받아 갚는 방식으로 장기대출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말부터 개인 투자자가 한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연 1000만원으로 제한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 금액이 확 줄었고, 새로운 투자자가 나오지 않게 되자 기존 투자자에 대한 연체가 발생한 것이다.
펀듀의 연체율이 치솟으며 업계 평균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1.04%에서 9월 말 2.99%로 세 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펀듀 악재'가 있기 전에도 올 들어 연체율은 상승 추세였다. 올해 1월 0.16%였던 연체율은 꾸준히 오르더니 지난 5월 1.43%까지 올랐다. 지난 6월 말 기준 시중은행 평균 연체율은 0.35%, 저축은행은 5.6%였다.
한국P2P금융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승행 미드레이트(P2P 업체) 사장은 "여전히 P2P 평균 연체율은 다른 업권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며 "지속적인 연체율 공시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연체율이 높은 업체는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P2P 대출은 원금 보장 안 돼…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P2P 대출 시장을 금융감독 당국이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이유는 P2P 대출 규모가 예상 밖으로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P2P 업체의 대출잔액은 작년 3월 말 기준 724억원에서 올해 9월 말 7301억원으로 10배 이상 수준으로 커졌다. 그래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P2P 대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투자금이 보장된다고 오인할 수 있는 '원금보장' '확정수익' 등의 문구 사용도 금지했다.
그러나 현재 '통신판매업체'로 분류되는 P2P 업체는 금융감독원의 법적 제재 밖에 있다. 한국P2P금융협회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감시하지만 운영 중인 국내 90여개의 P2P 업체 가운데 60개만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올 초에는 한 P2P 업체가 허위 대출상품을 만들어 총 5억원을 투자받은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 업체는 시중 은행에 비해 높은 이자를 주지만, 금융권에서 더 이상 돈을 빌리지 못한 차입자들이 P2P를 찾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떼일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고 말했다. 항상 원금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P2P 대출 중 특히 비중이 큰 부동산 P2P의 경우 담보 대상, 채권 순위, LTV 비율 등을 면밀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고 금감원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