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의 정보기술(IT) 콘퍼런스 '데뷰(Deview) 2017' 행사장. 무대 위 대형 화면에서는 한 20대 여성이 100㎏의 짐을 실은 손수레를 손가락 두 개로 미는 장면이 나왔다. 근력 강화 기술을 적용해 힘을 10배 이상 강화해주는 손수레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에어카트(Aircart)'라는 제품으로 최근 부산의 한 대형 중고서점에서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한 로봇"이라며 "네이버는 인간의 곁에서 인간의 노동을 덜어주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날 자율주행 지도제작 로봇 'M1', 자동 책반납 로봇 '어라운드', 네 발 보행 로봇 '치타로봇 3' 등 9종의 로봇을 공개했다. 이들 로봇은 모두 실물 제품을 만들어 각종 테스트를 진행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상태다. 작년 6월 네이버랩스 산하에 로봇연구소를 만들고 로봇 시장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신기술을 쏟아내며 '로봇 기술 기업'으로의 변신에 나선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기술이 폭발적으로 진화하는 시기에 인터넷 포털과 검색 시장에만 안주했다가는 곧 뒤처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크다"며 "새로운 산업의 등장에 대비하기 위해 첨단 기술 확보에 뛰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팔보다 가벼운 로봇팔, 스스로 책 반납하는 로봇
올해 10주년을 맞는 네이버의 '데뷰' 행사는 누적 참가자 수가 1만9900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 기술 콘퍼런스다. 송창현 CTO는 이날 "네이버가 추구하는 로봇은 인간의 환경과 상황을 이해해 실제 도움을 주는 생활 환경 지능 로봇"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로봇이 네이버가 한국기술교육대학교(코리아텍)와 개발 중인 '앰비덱스'다. 송 CTO는 "앰비덱스는 7개의 관절이 움직여 인간의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무게는 인간의 팔보다 가볍다"고 말했다. 산업용 로봇팔이 정밀하게 반복 동작하면서 고(高)하중 작업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 발달해왔다면 네이버는 인간과 접촉해도 안전한 생활 속 로봇팔 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장이 아니라 가정에서 요리, 청소, 세탁기 돌리기, 간병 등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는 4륜 구동 스케이트 보드다. 두 발을 보드 위에 올려놓고 앞으로 기울이면 가속하고 뒤로 중심을 두면 제동이 걸리는 방식이다. 터스크봇은 그동안 바퀴 형태의 운반 도구는 계단을 오르지 못한다는 로봇 업계의 시각을 깬 제품이다. 앞바퀴에 뾰족한 뿔을 달아, 이를 지지대로 활용해 계단을 오른다. 이 밖에 미국 MIT의 김상배 교수팀과 개발한 수송용 네발 보행 로봇 '치타로봇 3', 강아지 크기의 애완동물 로봇 '점핑로봇' 등이 공개됐다.
◇인터넷 포털에서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신 나선 네이버
네이버가 로봇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해서다. 네이버의 관계자는 "당장 2~3년 내 과거 스마트폰의 변화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기술 변화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진화에 대응하려면 PC와 스마트폰의 영역을 넘어, 신개념의 기기와 기술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이날 로봇 이외에도 자율주행차와 번역 소프트웨어, 착용형(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는 운전자 없이도 일정 지역에서 완전 무인으로 달리는 자율주행 레벨 4의 기술을 연내에 내놓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작년에 선보였던 번역 소프트웨어 파파고의 정식 버전도 출시했다. 내년 초에는 손목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인 '아키(AKI)'를 출시할 계획이다. 어린이가 아키를 손목에 차면 부모가 자녀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연간 1조원 안팎의 연구개발비를 신기술 분야에 쏟아붓고 있다"며 "신기술 확보를 통해 시장 확대의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