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바이두 등 IT 기업, AI 스타트업 거침없이 인수
삼성전자, 리더십 공백에 AI M&A 주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구글·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 바이두 등 IT 대기업들은 AI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AI 스타트업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올해 IT 대기업들은 벨라루스, 인도,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 세계 각지의 작은 회사까지 인수하면서 전 세계 AI 기술과 인재를 싹쓸이할 기세를 보였다. 딥러닝과 머신러닝, 신경망,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이미지 처리 등 인수된 스타트업 전문 분야도 다양했다.
미국 벤처 분석 업체 CB 인사이츠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만 60여건의 AI 스타트업 M&A가 성사됐다. 하반기 들어서도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잇달아 AI 스타트업 인수 소식을 발표하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IT 대기업의 M&A는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44건, 78건의 M&A가 이뤄졌다.
◆ 구글 아마존 등 “아직 배고프다”...스타트업 사들여 AI 기술·인력 흡수
구글은 AI 스타트업 인수전에서 단연 앞서 나가고 있다. 구글은 올해 8월 동유럽 벨라루스의 AI매터(AIMatter)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셀카 앱(응용프로그램) ‘패비’를 만든 곳으로, AI 기반 이미지 처리 기술을 가지고 있다. 구글은 올 7월에는 딥러닝·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인도 스타트업 할리 랩스(Halli Labs)를 인수했다. 구글이 인수하기 직전까지 존재 자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회사다.
구글은 2014년 영국 딥마인드(알파고 개발)를 인수한 것을 포함해 2012년 이후 13곳의 AI 스타트업을 사들였다. 테크크런치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하고 AI매터나 할리 랩스를 인수한 것을 보면 AI에서 알파벳이 중점을 두는 분야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응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플도 AI 기술 확보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2012년 이후 8곳의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구글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은 올해 2월에는 이스라엘의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리얼페이스(RealFace)를 인수했다. 올 5월에는 머신러닝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 래티스 데이터(Lattice Data)를 2억달러에 사들였다. 래티스 데이터는 텍스트, 이미지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정형 데이터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아마존도 AI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1월 미국 AI보안 스타트업 하비스트닷ai(harvest.ai)를 인수한 데 이어, 7월에는 검색 엔진 기술을 가진 미국 그래피크(Graphiq)를 인수했다. 이 회사들의 기술과 인력은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의 성능 향상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시스코, 퀄컴 등도 AI 기업 발굴과 인수에 적극적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7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오즐로(Ozlo)를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올 1월 캐나다의 딥러닝 스타트업 말루바(Maluuba)를 사들였다. 중국 바이두는 올 2월 중국 레이븐 테크(Raven Tech, 음성 인식), 4월엔 미국 엑스퍼셉션(xPerception, 컴퓨터 비전), 7월엔 미국 키트닷AI(KITT.AI, 자연어)를 인수하는 등 올해 들어서만 3개 회사를 손에 넣었다.
◆ 삼성전자, AI 인수전서 뒤처져...네이버는 유럽 연구소 사들여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분야나 지역을 가리지 않고 AI 스타트업을 흡수하는 와중에, 삼성전자(005930)는 인수전에서 뒤처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비브 랩스(Viv Labs)를 인수해 AI 비서 ‘빅스비’를 개발했다. 빅스비는 올해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S8, 갤럭시노트8, 스마트홈 냉장고 등에 탑재되면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이후 AI 스타트업 인수가 사실상 멈췄다. 7월 초 삼성전자가 인수한 그리스 이노틱스(Innoetics)가 AI 분야와 관련이 있는 정도다. 이 회사는 문자를 음성으로 바꾸는 음성 변환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달 캐나다 몬트리올대에 AI 연구소를 열며 AI 연구를 계속 하고 있다. 몬트리올대에 AI 연구소에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소속 AI 분야 연구원 5명이 파견됐다. 이들은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엘리먼트AI 창업자), 학생들과 함께 AI 기술을 연구한다.
네이버는 최근 AI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6월 프랑스에 있는 AI 연구소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했다. XRCE는 미국 제록스가 1993년 설립한 기술 연구소로, 1000여건의 AI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인수 금액은 1000억~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송창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 등 XRCE가 보유한 AI 기술이 네이버의 ‘생활환경지능’ 기술 연구들에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해 7월 AI 기반 대화 엔진 기술을 보유한 한국 스타트업 컴퍼니 AI(Company AI)를 인수하기도 했다. 네이버의 자체 기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 육성 회사)인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가 이 회사를 발굴·육성한 후 네이버가 인수한 것이다.
카카오(035720)도 AI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회사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초 회사 내에 AI 부문을 새로 만들고 자본금 200억원을 들여 AI 기술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카카오브레인의 대표를 맡아 AI 전략을 진두지휘한다. 카카오는 아직 AI 스타트업을 직접 인수하지는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