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에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번 투자로 SK하이닉스는 향후 도시바 메모리에서 최대 15%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2위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낸드플래시의 원조인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계기로 현재 5위권인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핵심 기술도 확보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7일 이사회를 열어 도시바 메모리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IT(정보기술) 업체 애플·킹스톤·델, 일본 도시바·호야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은 지난 20일 도시바 메모리 인수자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2조엔(약 20조원)의 인수금액 가운데 3950억엔을 낸다. 이 중 1290억엔(약 1조3000억원)은 추후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형식으로, 나머지 2660억엔(약 2조7000억원)은 베인캐피털이 조성하는 펀드에 출자 형태로 투자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290억엔의 전환사채는 도시바 메모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시점에 15%의 의결권 지분으로 바꾸는 조건"이라며 "나머지 2660억엔 역시 상당한 투자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 IT 업체들은 의결권 전환이 불가능한 투자 방식으로 출자한다.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은 현재 최종 계약 조건을 조율하고 있다. 매각 계약이 체결되면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 내년 3월쯤 매각이 완료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일본 출장길에 올랐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도시바메모리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출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