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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이 주재한 긴급 대책회의...현대차 中 갈등 봉합·美 법인장 임명 마무리

  • 진상훈 기자
  • 입력 : 2017.09.19 06:05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부회장단 긴급회의를 소집한 뒤 베이징현대차의 부품사 대금 결제와 미국 판매법인장 인선 등의 문제가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올들어 대외 활동을 대부분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일임한 채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지만 최근 현대차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위기 상황에 처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 정몽구 회장, 11일 긴급대책 회의 주재…이틀 뒤 베이징현대차 부품 갈등 ‘봉합’

    19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1일 그룹 부회장단을 소집해 해외시장 판매 부진과 중국 합작사와의 갈등, 미국 법인의 경영진 공백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정 회장의 지시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한동안 대외 행보를 자제해 왔던 정 회장이 직접 나서 대책 마련을 주문할 정도로 최근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회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가 열린 지 이틀 뒤인 지난 13일 베이징현대차는 그동안 밀렸던 부품대금을 납품업체들에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창저우공장의 첫번째 생산차량인 신형 베르나에 기념사인을 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현대차 제공
    지난해 10월 중국 창저우공장의 첫번째 생산차량인 신형 베르나에 기념사인을 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현대차 제공
    앞서 현대차와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기차가 부품가격 인하와 납품업체 교체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베이징현대차는 한동안 부품 대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 부품업체가 납품을 거부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 회장 주재로 긴급 회의가 열린 후 양측의 갈등은 갑작스럽게 봉합됐다. 현대차와 베이징기차는 부품업체 대금 지급을 완료하기로 뜻을 모은데 이어 다음달에는 베이징현대차 설립 15주년 행사를 함께 진행하며 우의를 다지기로 했다.

    정 회장이 당초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하면서 일부 부회장들은 일정을 변경하며 부랴부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은 당초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정 회장의 부름을 받은 후 일정을 취소하고 회의에 참석했다. 제네시스 G70 글로벌 신차 설명회 준비를 진두지휘했던 정의선 부회장도 이날 회의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 갑자기 기세 누그러진 베이징기차…부품사 합작 등 ‘당근’ 제시됐나

    현대차와 베이징기차는 중국 현지에서 합작 관계가 끝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날 선 대립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6일 익명의 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베이징기차는 부품 공급 문제에서 현대차의 ‘탐욕과 오만함’에 지쳤다”며 “지난 2002년 이후 15년간 지속된 합작관계가 끝나는 상황에 이르더라도 베이징기차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현대차를 향해 사실상 협박성 보도에 나선 것이다.


    중국 창저우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가 조업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중국 창저우공장에서 생산직 근로자가 조업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베이징현대차는 지난 3월 사드 배치 후 반한(反韓) 감정 확산으로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자 부품 조달비용이 높다며 현대차에 한국 부품사의 납품가격을 20% 이상 낮출 것을 요구해 왔다. 또 비용 절감을 위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 부품 계열사를 저렴한 부품 공급이 가능한 중국 현지기업으로 교체할 것도 요구 내용에 포함했다.

    자동차 업계는 정 회장이 주재한 긴급회의 후 베이징기차가 갑자기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밀린 부품대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합의한 점을 근거로 11일 회의에서 부품사와 관련한 ‘당근’이 제시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납품가격을 20% 깎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모비스 등 계열 부품사와 관련한 협상방안이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의 중국법인을 베이징기차와 합작하는 방안이 협상안 중 하나로 제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은 외국 완성차 업체가 자국에 진출할 때 자국 기업과 합작사 설립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부품사에 대해서는 이같은 법규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업체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각각 베이징현대차와 둥펑위에다기아차를 운영 중인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와 달리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위아는 단독 법인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다.

    자동차 및 증권업계 등에서는 부품 문제에 대한 불만을 터뜨려 온 베이징기차의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부품사도 합작법인으로 전환하는데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베이징기차는 이미 베이징현대차의 창저우 4공장과 충칭 5공장 증설 때부터 부품업체의 합작사 설립 압박을 시작했다’며 “완성차 부문에서는 합작 유지에 대한 의지가 점차 약해지고 있지만, 기술력이 필요한 부품 사업에선 합작사 설립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봤다.

    베이징기차는 부품 자회사인 해납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해납천은 이미 델파이, 비스테온, 존슨컨트롤즈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들과 합작 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의 경우 한온시스템과 서연이화, 화신 등이 해납천과 합작사를 운영 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부품 합작사 설립은 현대차그룹 전체의 중국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고 베이징기차 자체 브랜드나 베이징벤츠 등으로 매출처를 다변화하는 기회를 얻는 장점도 있다”며 “그룹 내부에서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美 법인장 임명도 9개월만에 마무리…판매량 회복 위한 재정비 속도낼 듯

    정 회장의 긴급 대책회의가 열린 후 급한 불을 끈 곳은 중국 뿐이 아니다. 지난 12월 데이브 주코브스키 전 CEO가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9개월간 리더십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차 미국법인도 후임자를 결정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16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이경수 현대트랜스리드 CEO가 신임 CEO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현대트랜스리드는 트레일러 등을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계열사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전경/HMMA 홈페이지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전경/HMMA 홈페이지
    이 신임 CEO는 지난 1982년 현대정공(현대모비스 전신)에 입사한 뒤 주로 해외 영업현장에서 근무했던 해외통이다. 그는 약 20년간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에서 일했고 13년간 기아차에서 근무하며 스페인과 중남미 법인장, 유럽지역본부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코브스키 전 CEO가 사임한 이후 올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 6월에는 데릭 하타미 판매담당 총괄 부사장마저 퇴임했다.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은 5만4310대로 전년동기대비 24.6% 감소했다. 투싼 등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외한 대부분 차종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 신임 CEO의 취임으로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등 부진한 판매실적을 회복하기 위한 재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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