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15.5%…각종 공제 제도로 환급액 많이
근로자 절반 이상이 소득세 '제로'
근로소득공제 이외 공제는 빈부격차 악화시켜
한국의 소득세율은 평균 15.5%이지만, 소득 및 세액공제가 이루진 뒤 실질적으로 부과되는 최종 세율은 4.3%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로소득 공제, 인적공제를 비롯한 다양한 소득·세액 공제제도가 소득세율을 대폭 끌어내린다는 의미다. 게다가 근로소득 가운데 일정 부분을 세액 계산에서 빼주는 근로소득 공제를 제외한 나머지 공제 제도는 모두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선 전남대 교수와 정세은 충남대 교수가 15일 서울 소공동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 재정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2008년 이후 소득세제 개편의 소득분배 및 재분배 효과’ 논문에 따르면 2015년 집계된 한국재정패널조사 9차년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종 소득 및 세액 공제를 모두 고려한 실질적인 소득세율은 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하위 75%의 세율은 2.5%에 불과했다. 하위 50%의 소득세 부담은 0%였다. 실제로 고소득자가 아니면 나머지 계층의 소득세 부담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교신저자인 정세은 교수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다양한 형태로 운용되는 공제 제도 때문이다. 원래 소득세 평균 세율은 15.5%에 달했다. 하지만 근로소득 공제 후 9.2%로 떨어지고, 인적공제·사회보험료공제를 비롯한 기타 공제가 들어가면 6.3%로 하락했다. 여기에 신용카드공제·연금계좌공제·보장성보험공제·의료비공제·교육비공제·주택자금공제를 고려하면 5.3%로 더 내려갔다. 근로소득세액공제나 소액정치자금기부공제까지 모두 고려하면 다시 4.3%로 하락했다.
현재 소득세법은 2014년 개정됐다. 그 이전에는 각각 2008년과 2013년 개정이 이뤄졌다. 이 때 제도가 존치됐다고 가정한 뒤 공제 후 소득세 평균 세율을 추산하면 각각 5.2%(2008년 개정안 기준)와 4.4%(2013년 기준)이다. 공제 전 부과 세율은 각각 17.5%와 15.5%. 박근혜 정부 시절 이뤄졌던 2014년 소득세법 개정안이 공제 제도 혜택을 넓히면서 소득세율을 낮추는 사실상의 감세를 했다는 얘기다. 면세 가구 비율도 2008년 소득세법 기준 30.5%, 2013년 기준 30.4%였지만, 현행 소득세법 기준으로는 47.1%까지 올라갔다.
공제 제도는 근로소득공제를 제외하면 모두 지니계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0~1 사이의 값을 가지는 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박종선 교수는 “근로소득공제는 저소득층에 다소 유리하기 때문에 지니계수가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다른 공제 제도는 지니계수를 높이는 결과를 일관되게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공제제도는 면세자를 늘리면서 고소득자의 조세 부담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세은 교수는 “공제 제도 개혁으로 공제 제도 자체를 대폭 줄여 면세자수를 줄여야 한다”며 “그 수입으로 복지지출을 대폭 늘려 분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방식이 아니면 공제 총량에 한도를 두는 방식으로 면세자수를 줄이지 못하더라고, 고소득층에 가는 공제 혜택을 줄여 조세의 소득분배 기능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