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전국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1000여 명이 피켓을 들고 모였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가맹 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등 국회가 나서 가맹본부의 '갑질'을 막아달라는 것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바른정당 가맹점갑질근절특별위원회 등이 후원한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는 물론 프랜차이즈 개혁을 천명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참석해 함께 피켓을 들었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에서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앞줄 왼쪽부터),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 공동의장, 정세균 국회의장,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가맹계약 갱신요구권 10년 제한 폐지, 가맹점주 단체협상권 강화, 오너 리스크 피해 손해배상 규정 등 가맹사업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0일 국회 의안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34건에 이른다. 모두 가맹점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 본사의 입장을 너무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최근 본사 오너의 잇따른 행동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있기 때문에 많은 법률 개정안이 통과될 전망이다.

계류 중인 가맹사업법 개정안만 34건… "조속히 통과시켜 '갑질' 막아달라"

주요 이슈 중 가맹점주 단체의 요구는 현행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가맹점의 영업 기간 갱신 요구권'의 기간 철폐, 가맹점주 단체의 법적지위 강화 등이다. 판촉 행사 시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 의무화, 본부의 가맹점 보복 조치 금지, '오너 리스크'로 인한 손해 발생 시 가맹점에 피해 보전, 정보 공개서 미등록 신고 포상금제 도입도 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주의 영업 기간 갱신 요구를 영업 시작 후 10년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가맹점을 열고 10년 동안은 점주가 본부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지만, 10년 이후부턴 본부가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해당 가맹점주는 속수무책으로 생업을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학영·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년으로 돼 있는 계약 갱신 요구 기한을 완전 폐지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고,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10년인 기한을 20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오너 리스크'로 인한 피해 보상 요구도 거셌다. 지난 6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자 이 업체 가맹점들의 매출은 최대 40%씩 급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오너의 추문이나 일탈로 불매운동 등이 일어나 가맹점주가 경제적 피해를 보더라도 이를 보전받을 방법은 없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가맹본부의 준수사항에 '본부와 경영진이 프랜차이즈 전체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오너 리스크로 피해가 발생하면 본부가 보상하겠다는 내용을 가맹계약서에도 넣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지난달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가맹점주 70여 명은 이달 초 가맹점주협의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최 회장 사건 이후 본부가 "자체 상생 노력을 벌인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피해 보상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가맹점주단체, 본부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 요구도

이 밖에도 본부가 가맹점주들에게 광고비·판촉 행사비 등을 부담시키는 행위를 막아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지난달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부가 가맹점주에게 홍보·제휴 사업 등의 비용을 부담시키려 할 경우 반드시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신설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본부의 특정 위법행위에 대해 점주가 법원에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예컨대 치킨프랜차이즈 본부가 가맹점들에 갑자기 '치킨 한 마리당 1000원의 광고비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해 동의를 받더라도 '부당한 요구'라면 법원이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맹점주는 "본부가 과도하거나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갑을' 종속관계에 있는 가맹점주들은 이를 조목조목 따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점포 1㎞ 이내에 동일 업종의 출점을 금지한 법안도 계류 중이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편의점 등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 때 기존 매장 1㎞ 이내에는 출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필수 물품의 구매를 강요하거나 영업 시간을 부당하게 강제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를 강화하고, 광역 지자체에 프랜차이즈 본부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