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중국 광저우 국제모터쇼를 찾은, 전 세계 관람객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고급 SUV 브랜드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서 만든 짝퉁차가 전시됐기 때문입니다. 중국 루펑(陸風)자동차가 만든 짝퉁차 ‘X7’에는 이 회사의 영문이름 ‘LAND WIND(랜드윈드)’가 새겨져 있어 진품인 ‘LAND ROVER(랜드로버)’로 착각하게 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짝퉁 문제에 대한 중국 업체와 정부의 대응이었습니다. 루펑자동차는 X7의 디자인 특허권을 갖고 있다며 랜드로버 디자인을 베낀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랜드로버는 루펑의 디자인 특허가 무효라는 신청을 냈지만 중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랜드로버를 비롯해 롤스로이스·벤츠·포르셰·혼다·GM 등 많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서 짝퉁 문제를 겪었습니다.

중국은 해외 기업의 디자인과 기술특허 같은 지식재산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로 악명 높습니다. 상당수 기업들은 중국 기업이 디자인과 기술을 그대로 흉내 내 짝퉁 제품을 만들어도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의 중국산 짝퉁 ‘루이웨이덩(路易威登)’이 진품이라며 상표권을 인정했습니다. 미국 나이키의 인기 브랜드 ‘에어 조던’을 베낀 중국 ‘차오단(喬丹)’에 대한 고소도 기각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하기 일쑤여서 도중에 적당히 합의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동차·스마트폰 같은 대규모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에서 짝퉁 문제를 계속 제기했다간 정부의 까다로운 품질 검사나 불매운동 같은 뜻밖의 장벽을 만나 세계 최대 시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 보고도 못 본 척합니다. 중국 샤오미가 애플의 아이폰을 거의 그대로 베낀 제품을 만들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 5위까지 올랐지만 애플은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의 미국 기업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를 조사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중국 정부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중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하도록 한 다음 지식재산권 공유와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했는지도 조사하게 됩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세계 여론은 중국을 편들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도 디자인과 기술특허를 중국 기업에 도용당했습니다. 미국의 이번 조사를 계기로 중국 정부도 해외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