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 현지 사업 총괄 임원을 교체하고 조직 체계를 바꿨습니다. 갤럭시노트8(노트8)을 중국에 출시하게 되면 다시 성장세에 돌입할 것입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고동진 사장은 2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의 더 피에르(The Pierre) 호텔에서 가진 노트8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중국은 삼성 입장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중국 시장 공략 청사진을 공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판매량 기준 세계 1위인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유독 중국에서는 점유율 3%로 6위에 그쳤다.
고 사장은 지난 4월 중국 사업 총괄에 동남아·서남아 지역을 담당했던 권계현 부사장을 선임한 데 이어 이달 1일에는 기존 7개 지사, 31개 판매장으로 구성돼 있던 영업 조직을 22개 지역 영업 거점 체제로 전환했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점을 감안해 노트8 출시에 앞서 조직 정비를 마친 셈이다. 고 사장은 "조직 개편으로 그동안 일부 방만하게 운영돼왔던 구조를 뜯어고쳤고 22개 지역 거점 대표 중 절반을 중국인으로 선임했다"면서 "현장을 잘 아는 현지인들을 중심으로 핵심 고객사들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영업 전략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중국을 찾아 사업을 점검하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부진을 반드시 만회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고 사장은 삼성의 미래 전략 기술로 5G(5세대 이동통신)를 꼽았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등 모든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5G 기술이 삼성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삼성은 스마트폰에서 TV·생활가전, 반도체, 자동차 부품까지 제조하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인 '빅스비'를 삼성전자 TV에도 탑재하고 앞으로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 가전 기기와 자동차 부품 분야에도 빅스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삼성의 모든 제품을 인터넷으로 연결해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고 사장은 이와 함께 아마존·구글·애플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작년 인수한 세계적인 음향·전장업체인 하만과 빅스비를 탑재한 음성 인식 스피커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기능이나 디자인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빅스비가 탑재된 인공지능 스피커는 삼성의 스마트폰·생활가전 제품들과 연동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이번에 공개한 노트8에 대해 "안전성을 대폭 강화하고 소비자들이 사용할 때마다 의미 있는 혁신을 느낄 수 있도록 꼼꼼하게 만든 제품"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선보인 갤럭시S8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겉보기만 비슷할 뿐 조금만 써봐도 S펜(전자펜)과 듀얼(렌즈 2개) 카메라 등 차이점이 명확하고, 고객이 받는 느낌도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 아이폰8과 맞붙을 올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시장에서도 반응이 있을 것"이라며 "노트8은 2015년 선보인 노트5(1100만대 판매)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 사장은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둔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해서는 "열심히 일하다가도 가끔씩 힘이 쑥 빠질 때가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월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은 (계열사 자율 경영이라는)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맡은 사업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사장단 회의가 없어지면서 선배 CEO(최고경영자)들과 자주 만나지 못하고 조언을 들을 기회도 없어진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