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조금 넘어서부터 가입 신청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요. 금리 싸다니까 다 대환하려고...”

지난달 27일 오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그날 하루에만 14만4000명(오후 5시 기준)이 계좌를 열었고 28만명이 앱을 내려 받았다. 지난 8일에는 계좌 개설 고객이 200만명을 넘었고 대출은 7700억원이 나갔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면서 계좌개설과 대출서비스 등에서 전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먹통 사례까지 발생했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의 흥행성공은 기존 은행들의 서비스 개선을 기대하는 고객들에겐 기쁜 일이다. 다른 은행들도 금리를 낮추거나 개선된 모바일(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도 인터넷은행이 기득권에 안주하던 기존 은행들을 긴장시킨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흥행성공의 이면(裏面)을 들여다보면 씁쓸한 구석도 있다. 인터넷은행의 혜택을 받아간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금융권에서 많은 혜택을 보는 전문직 고소득층이 대다수여서다.

금리에 민감한 은행 직원 등은 인터넷은행에서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기존 빚을 갚는 대환의 용도로 인터넷은행을 활용하거나 마이너스통장을 갈아타는 등 인터넷은행을 잘 활용할 방법을 짜냈다. 케이뱅크의 직장인 신용대출(직장인 K)이 지난달부터 판매중단된 것도 고신용 직장인들이 몰렸던 때문이다.

마케팅‧여론조사 기관인 NICE알앤씨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7월27일부터 8월6일까지 카카오뱅크 앱을 설치한 고객 중 43%는 금융권 등 사무직 종사자였다. 자영업자와 기업 경영자들이 12%였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12%였다. 자영업자를 빼고라도 전체 고객의 55%는 사무직이거나 전문직이었다.

카카오뱅크 앱 설치 고객의 월 가구 소득도 월 10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8%였고 500만~1000만원이 35%로 조사됐다. 전체 43%가 월 500만원 이상을 버는 고객이었다.

고소득 직장인들이 인터넷은행을 활용해 좀 더 나은 조건의 금융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존 은행들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 서비스 수수료를 낮추고 예금과 대출 금리에서 오프라인 영업점보다 더 나은 금리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을 돌아보면 인터넷은행의 돌풍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령, 저소득 등의 이유로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됐던 계층들이 인터넷은행의 출현으로 더욱 디지털금융 시대의 외톨이로 남을까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