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애플 아이폰9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자로 선정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특히 이번에는 LG화학의 독자적 기술력이 적용된 'L자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독점 공급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가능하면 많은 부품회사에서 납품받는 '멀티 벤더' 전략을 쓰면서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 중국 ATL, 일본 무라타제작소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아 왔다.
LG화학 관계자는 "고객사 정보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LG의 독점 공급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이 공급할 배터리는 'L자형' 배터리로 그동안 스마트폰에 들어갔던 직사각형 모양의 배터리와는 전혀 다른 형태다. 다른 배터리 업체들은 직사각형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머물러 있지만, LG화학은 2015년 'L자형'이나 '도넛 모양' 등 자유로운 형태의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른바 '프리 폼(free form·모양이 자유로운) 배터리'로 당시엔 생산 단가가 높아 상용화 가능성이 낮아 보였지만, LG화학은 꾸준히 생산 효율을 향상시켜 이번에 애플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모양 변형이 가능한 배터리의 장점은 스마트폰 안에 각종 부품을 빼곡히 배치한 뒤 남는 공간이 'L자형' 등으로 불규칙할 경우, 이에 맞는 배터리를 장착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배터리 크기를 더 키워, 용량을 최대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직사각형 배터리에 비해 프리폼 배터리는 안정성이 높아 폭발 위험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LG화학 외의 다른 업체에서도 L자형 배터리를 납품받기 위해 ATL 등에 연구개발비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이 업체들의 제품은 아직 효율 면에서 LG화학에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면 해마다 평균 1억대 이상씩 팔린 것을 감안하면,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매출이 수조원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