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에몬스가구 회장은 “해외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서는 우리에게 맞는 가구도 만들 수 없고, 노하우도 쌓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해 물질이 없고 오래 쓸 수 있는 가구,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질 좋은 소재를 썼지만 소유하는데 부담이 적은 가격을 갖춘 가구를 만들려면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생산 공장을 가지고 직접 제작하는 거죠."

지난 5일 인천 남동구 에몬스가구 본사에서 만난 김경수(64) 창업자 겸 회장은 경영자라기보단 독일 마이스터(장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해외 디자인을 그대로 베끼거나 그들이 만든 물건을 들여와 유통만 해선 우리에게 맞는 가구도 만들 수 없고, 노하우도 쌓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979년 설립한 에몬스가구는 다른 가구업체들과 달리 직접 제작하는 가구가 전체 중 절반이 넘는다. 최근 국내 가구업계가 공장 매각 등으로 제작 비중을 낮추고 외주를 준 다음 브랜드만 붙이는 추세와는 반대다.

에몬스가구 지난해 매출은 1587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 규모로 보면 중소기업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우리는 중소기업 특징을 최대한 살리고 싶다"며 "이를 위해 대기업이 쉽게 벌이기 어려운 소통 기회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80~90년대에는 장롱이 가구 중 우선순위였지만, 최근엔 침대, 특히 기능성 매트리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말은 맘에 들지 않는다"며 "안방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침대도 가구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지 '과학(기능)'이 아닌 인테리어로서 가구 특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를 위해 에몬스가구는 올 하반기 람보르기니와 협업한 침대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가구 기술자 출신이다. 20대에 하숙집 아주머니 등으로부터 모은 500만원을 갖고 직접 목재를 다듬고 조립하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의 에몬스가구를 일궜다. 여전히 신제품 최종 단계에는 직접 참여한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가구는 멋지게 디자인하는데, 너무 디자인에만 매몰되다 보니 어린이 안전에 대한 세부 디자인엔 다소 소홀하다.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잡아준다. 그래도 평소엔 고집을 버리고 그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걸 빨리 접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