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채굴(Mining) 열풍이 불어 가상 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컴퓨터의 전력량이 중동의 한 국가의 소비 전력량과 맞먹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머지않아 가상화폐로 인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IT 전문지 마더보드가 촬영한 중국 비트코인 채굴장의 모습

11일 IT 경제 전문 매체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에 따르면 가상화폐 중 시가총액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채굴하는 데 사용되는 전 세계의 전력량은 각각 14.54 TWh(테라와트시), 4.69 TWh 수준이다. 두 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력량을 합하면 19.23 TWh인데, 이는 인구 1700만 이상(2014년 기준)으로 추산되는 시리아의 전력소비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가상화폐 채굴과 전력 소모량 증가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로이터통신은 가상화폐 채굴에 연결된 컴퓨터 네트워크가 세계 슈퍼컴퓨터 상위 500대를 합친 것보다 4만 3000배 강력한 성능을 가진다고 추정하며, 이 컴퓨터들이 향후 3년 내 미국 북동부 6개주와 비슷한 수준의 전력을 소모할 것으로 전망했다.

요르단, 아이슬란드, 시리아 등의 전력사용량과 비트코인, 이더리움 채굴의 전력사용량 비교.

가상화폐 채굴에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요소는 컴퓨터와 전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금을 캐는 불도저'와 이에 필요한 '연료'에 비유하기도 한다. 특히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 채굴비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료, 즉 전력비용이다.

통상 채굴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가 아닌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GPU의 성능이 뛰어날수록 채굴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채굴에 참여하는 채굴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채굴 난이도도 올라가고, 이 때문에 더 빠른 연산속도를 갖춘 장비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그래픽카드의 연산속도가 빨라질수록 전력도 더 많이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에서는 조만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생성비용과 액면가격의 차이가 적어지거나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채굴에 필요한 전력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비트코인의 단위당 생성비용이 생성가치보다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전력 사용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에 가상화폐 채굴 컴퓨터가 집중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IT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원가절감, 전력사용 편의를 위해 아예 채굴장을 전력발전소 인근에 대규모로 집약시키고 있다"며 "이미 대형화, 기업화된 채굴 세력은 전기요금이 저렴한 곳은 어디든 찾아가 채굴장마다 수천대의 컴퓨터를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열풍과 함께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기업들은 좀 더 채굴에 특화하고 전력 소모량을 낮출 수 있는 채굴 전용 그래픽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3분기부터 관련 제품이 시장에 본격 출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