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 재고 떠넘기기, 매장 리모델링 강요 등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의 횡포가 횡행하는 요즘, 보기 드문 가맹본사가 있다. 이 가맹본사 사전엔 재고 떠넘기기, 로열티, 이익 독점 등이 없다. 외상없이 선(先) 입금된 만큼만 가맹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 주문 후 다음날 바로 가맹점에 제품을 발송하는 회사, 로열티를 일절 받지 않는 회사, 온라인 판매 수익을 가맹점과 나눠 갖는 회사. 모두 ‘양키캔들’ 가맹본사를 나타내는 설명이다.

양키캔들 가맹본사인 아로마무역은 가맹점의 부가적인 매출을 위해 ‘네트워크 딜리버리(Network Delivery)’ 방식을 동종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가맹본사가 온라인 주문·결제 시스템을 관리하고, 고객 주문 시 인근 가맹점으로 주문 내역을 분산시켜 각 매장에서 상품을 배송한다. 가맹본사의 매출은 줄지만 가맹점은 부가적인 매출을 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식 인증 상품을 매장에 들르지 않고도 신속하게 배송받을 수 있다.

양키캔들은 임미숙 아로마무역 대표가 2007년 미국 양키캔들 본사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임 대표는 “오랫동안 무역업에 종사한 덕분에 남들보다 먼저 해외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자신이 있었다”며 “보통 5년 앞서 트렌드를 도입한다는 생각으로 사업 아이템을 고른다”고 말했다.

향초 시장이 발달한 미국에서 당시 향초 시장 점유율 4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던 양키캔들이 임 대표 눈에 들어왔다. 2위 업체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미국에는 향초 브랜드만 400여개가 있다.

임미숙 아로마무역 대표.

임 대표가 운영하던 유럽 목욕용품 판매전문점 ‘아로마플라자’에서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양키캔들 판매를 시작했는데 고객 반응이 뜨거웠다. 임 대표는 “목욕용품 80%, 양키캔들 20% 수준으로 매장을 운영하던 주인들이 점점 양키캔들 비율을 높여가기 시작했다”며 “‘양키캔들’ 사업이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 매장 150개, 매출 268억원…가맹사업 시작 5년만

임 대표는 2012년 본격적으로 양키캔들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10개 매장으로 시작했는데, 매장을 내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양키캔들이 진출한 전 세계 87개국 최초로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을 시작해 빛을 본 순간이었다. 호프 마가라(Hope Margala) 미국 양키캔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5년 한국을 찾아 한국 양키캔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노하우와 시스템을 배워갔다. 호프 CEO는 “아시아 국가에서 향초 가맹사업이 이렇게 붐을 일으킨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호프 마가라(Hope Margala) 미국 양키캔들 최고경영자(왼쪽)는 지난 2015년 한국을 찾아 한국 양키캔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노하우와 시스템을 배워갔다.

2012년 10개 매장으로 시작한 양키캔들은 현재 150개 매장으로 증가했다.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은 3억원 수준이며, 지난해 양키캔들 전체 매출액은 268억원을 기록했다.

‘향기 산업’이라는 개념도 없던 2007년 향초 사업을 시작한 임 대표. 실패하리라는 두려움은 없었을까. 임 대표는 “예로부터 선조들은 초저녁 달이 떠오를 때, 촛불을 켜고 정화수(井華水)를 놓고 자식의 성공, 가족의 행복을 빌었다”며 “초를 사용하는 일상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만큼 향초 역시 자연스럽게 한국 시장에 뿌리내릴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양키캔들 가맹점은 초보 창업자가 사업을 시작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1억5000만원이면 약 40㎡의 매장을 내고 운영할 수 있다. 재고 리스크, 인건비 부담도 없다. 가맹본사가 완제품을 수입해 가맹점이 꼭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기 때문이다. 매장 인테리어 비용도 최소화했다.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임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이런 장점 덕분에 양키캔들 가맹점주 중엔 매장을 여러 개 운영 중인 사람들이 많다. 임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한탕 하고 손 털고 나가려는 사업가들도 종종 눈에 띄는데, 가맹점에 부담을 전가해선 사업이 절대로 잘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가맹점주 조향사 교육 수강료 50% 지원

임 대표는 양키캔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초 장사’가 아닌 ‘향을 전파하고, 향초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증명하듯 ‘목욕용품→향초→디퓨저’로 이어지는 아로마무역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향’이다.

임 대표는 양키캔들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향초 액세서리 군 확대에도 주력했다. 향초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향초가 녹으면서 나타나는 ‘터널링(tunneling)’ 현상이었다. 심지를 중심으로 향초가 녹으면서 원기둥 모양의 터널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로겐 조명으로 향초 윗부분을 전체적으로 녹이는 액세서리 ‘캔들워머’를 수입·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소비자 반응이 좋아 미국 본사와 아시아 국가 등에도 캔들워머 판매를 제안했죠.”

아로마무역의 도전은 계속됐다. 임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1월 자체 브랜드 ‘라프라비(La Fravie)를 론칭했다. 2014년 3월 충북 충주시 기업도시 단지에 세운 자체 제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했고, 지난해만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해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중국 지사를 통해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로마무역이 론칭한 디퓨저 브랜드 ‘라프라비’.

임 대표는 2015년부터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과 MOU를 맺고 ‘조향사 과정’을 개설해 전국 가맹점주들에게 향 전문 교육과정을 수강할 수 있도록 수강료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이것 역시 가맹점주들을 향 전문가로 육성해 ‘향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지금까지 조향사 과정을 수료한 가맹점주는 30여명에 달한다.

◆ 프랑스 명품 향수 브랜드 ‘랑프베르제’와 독점 계약 체결

임미숙 아로마무역 대표.

임 대표는 꾸준히 사업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올해 1월 프랑스 리빙 퍼퓸 브랜드 ‘랑프베르제(LAMPE BERGER)’와 독점 계약을 맺고, 탈취·멸균 효과를 지닌 프래그런스 램프(fragrance lamp)를 수입하기로 했다. 향초처럼 불을 붙였다 끄면 향기가 퍼져 나가면서 공기 중의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프래그런스 램프 역시 양키캔들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임 대표의 얼굴에선 선구자적인 용감함이 돋보였다.

“좋은 브랜드는 가맹점주들과 고객이 먼저 압니다. ‘가맹점 300호 돌파’ ‘향을 즐기는 문화 정착’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기업’을 목표로 올해도 은은하게 퍼져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