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집고양이의 조상 격인 아프리카들고양이.

집고양이가 인류의 동반자가 되기까지 두 번에 걸친 거대한 이주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에바-마리아 가이글 박사 연구진은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인류가 9000년 전 처음으로 아프리카들고양이(학명 Felis silvestris lybica)를 길들인 후 두 차례에 걸쳐 중동과 이집트에서 유럽으로 고양이들이 대거 이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집트의 미라 무덤과 고대 바이킹족의 무덤에서 20세기 아프리카 앙골라까지 9000년에 걸쳐 살았던 고양이 230마리의 유골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고양이가 먼 과거에 크게 두 번에 걸쳐 유럽으로 퍼져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9000년 전 오늘날 터키, 시리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지역에서 농업이 발달하면서 고양이와 인류의 동거가 시작됐다. 남는 곡식이 생기자 쥐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농장 주위에 야생 고양이들도 늘어났다는 것. 연구진은 "중동에서 길들여지기 시작한 고양이는 6500여 년 전 농업의 전파 경로를 따라 유럽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두 번째 고양이 전파 시기도 밝혀냈다. 3000여 년 전 북아프리카 이집트의 고양이 무리가 지중해 해상 무역로를 따라 터키와 유럽으로 퍼졌으며, 현지에 정착해 있던 집고양이, 들고양이들과 교배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처음 유럽으로 간 고양이는 곡식을 지켰고 두 번째 전파에서는 고양이가 배에서 로프와 음식을 갉아먹는 쥐를 퇴치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오늘날 고양이의 특징인 얼룩무늬는 14세기가 돼서야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외양간에 사는 고양이나 마을에 사는 고양이, 그리고 선박에 사는 고양이들은 쥐를 잡아 먹으면서 쥐를 통해 퍼지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논문을 공동 집필한 벨기에 루벤대학교의 클라우디오 오토니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양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얼마나 멀리에서 왔는지, 그리고 그들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