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기를 완전히 꺼뜨리지 않겠다고 고민한 흔적 때문인지 대책이 생각보다 세지 않아 보이네요. 그래도 재건축은 조합원 분양이 1채로 제한돼 타격을 좀 받을 것 같네요.”

문재인 정부가 첫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19일, 문을 닫았던 서울 강남의 중개업소도, 문을 연 강북의 공인중개사들도 모두 정부 대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여파를 가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앞으로 시장 열기가 과한 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할 수 있다는 예고까지 나온 터라 강남 재건축 단지가 몰린 곳은 정부 대책에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상가. 정부의 부동산 단속과 부동산 대책 이후 가라앉은 분위기로 인근 부동산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정부 현장 점검에 이어 대책까지 발표됐으니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며 “다행히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피했지만, 최근 문의가 뚝 끊긴 것으로 봐서 당분간 가격이 오르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4단지 학사공인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중개업소들이 다 문을 닫았으니 거래도 없었다”면서 “지난 한 주간 호가가 4000만~5000만원 내렸는데, 재건축 조합원 분양 가구수를 1채로 줄이는 규제가 나오다 보니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더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개포동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개포주공4단지 전용 42㎡ 호가는 10억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내렸다.

용산 이촌동 H공인 관계자는 “한강맨션 전용면적 167㎡가 24억~26억원 정도 되는데, 재건축을 하면 2채를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해 투자한 사람들이 꽤 있다”며 “앞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 숫자가 1채로 묶이면서 중대형 재건축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그야말로 폭탄을 맞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낮추고 집단대출에도 DTI를 적용키로 한 대출 규제를 놓고서는 강남과 강북의 반응이 엇갈렸다.

강남권에선 LTV·DTI 강화가 예상됐던 터라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강북 일부 지역에서는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던 일부 실수요층과 재건축 투기 수요가 이번 대책으로 적잖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도곡동 B공인 관계자는 "아무래도 강남 재건축 투자자는 자산가들이 대부분인데 다른 곳보다 대출 규제 영향은 덜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노원구 상계동 신세계부동산 관계자는 “LTV·DTI 규제로 투기수요는 물론 대출을 꽉 채워서 주택 구입하려고 했던 실수요자들마저 돈을 못 빌리는 상황이 생길 우려도 있다”며 “실수요자가 많은 곳이긴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 8단지. 오는 8월 일반 분양을 예고한 8단지는 상계동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진척이 빠른 단지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전매 제한이 강북까지 확대되지만, 해당 규제가 강북 부동산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계동 W공인 관계자는 “어차피 공공택지는 변한 게 없고 민간택지에서만 ‘1년 6개월’이던 전매제한 기간이 ‘소유권이전 등기 시’까지로 변했는데,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상계동 세일공인 관계자는 “전매제한의 영향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분양이 임박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LTV·DTI 규제와 전매제한 규제가 같이 적용되다 보니,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