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리조트들이 사라지고 있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고 즐길 거리가 넉넉지 않던 시절 가족·단체 관광지로 명성을 날리던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는 개장 38년만인 지난 28일 문을 닫았다. 현재 부곡하와이 홈페이지에는 “38년간 부곡하와이를 아껴주신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는 내용의 폐업안내문만 남아 있다. 강원도의 알프스로 불리며 겨울 휴가지로 각광받던 ‘고성 알프스’는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경상남도 창녕군 부곡하와이 전경.

부곡하와이는 1979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종합레저시설이다. 200여개의 객실을 갖춘 1급 관광호텔과 온천시설, 놀이동산, 실내·야외수영장, 파도풀장, 조각공원, 늪지대 식물관, 대공연장 등을 갖췄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1980년대 한해 24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전국적으로 대규모 워터파크 시설과 종합레저시설 등이 잇따라 생기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해 부곡하와이 방문자는 24만명으로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 3년간 쌓인 적자도 1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곡하와이 측도 시설 개선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부곡하와이는 2012년 호텔을 리모델링하고, 지난해 겨울까지 ‘얼음나라 얼음조각축제’를 여는 등 재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부곡하와이 관계자는 “개관 38년을 넘기며 시설 노후에 따른 개·보수 부담도 컸다”고 전했다.

◆ ‘고성의 알프스’ 재개장 노렸지만...사업승인 취소 위기

1976년 용평리조트에 이어 국내에서 2번째로 개장한 스키장인 강원도 고성군의 ‘고성 알프스리조트’도 경영난 끝에 2006년 문을 닫았다. 진부령 정상에 자리 잡은 알프스리조트는 남한 최북단에 위치해 적설량이 많아 스키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스키장들이 들어서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8년 새 사업자 ‘㈜알프스세븐리조트’가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2015년 말 썰매장을 일부 재개장했지만 지난해엔 이마저도 운영하지 못했다. 업체측은 올해까지 콘도 리모델링, 스파빌리지, 워터파크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강원도 고성군 진부령 알프스리조트 리모델링 조감도. 그러나 이 조감도가 현실화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

리모델링 사업자가 리조트 부지 인근에 풍력발전단지를 세워 리조트만으로 부족한 사업성을 보충하려 했으나 시행사의 자금난과 풍력단지 인근 주민의 반발이 겹쳐 이 역시 답보 상태다. 고성군 관계자는 “풍력단지 부지의 보상금과 관련해 주민 반발이 심해 사업 진척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시공사이던 대림산업이 시행을 대신 맡아 전면에 나섰지만, 납부해야 할 대체산림자원조성비, 산지복구비, 농지전용분담금 등이 총 73억원에 달해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는 다음달 청문회를 열고 해당 사업승인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알프스리조트 홈페이지는 현재 접속이 불가능하다.

◆ 대형 신규 리조트 등장에도 미비한 시설투자, 방만한 경영에 역사의 뒤안길로

이들 리조트의 폐업 원인으론 인근 대형 신규 리조트의 등장과 해외여행 자유화에 따른 국내 리조트 방문객 감소 등이 꼽힌다.

부곡하와이의 경영난엔 인근 김해, 양산, 거제 등에 들어선 대형 워터파크의 영향이 컸다. 2013년 대명리조트가 창녕 인근 거제에 ‘오션베이’를 열었고, 2014년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김해 롯데워터파크가 개장했다.

부곡하와이 내부 수영장 모습.

리조트 업계 관계자는 “부곡하와이는 시설이 80년대 개장 당시와 별다를 것 없을 정도로 노후화된 상황이었다”며 “창업주 사망 이후 경영을 맡았던 이사 2명이 횡령 의혹으로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창녕군 관계자는 “종합유원지인 부곡하와이는 시설이 낡고 입장료가 비싸 적자 규모가 커진듯 하다”고 말했다.

부곡하와이의 최대 주주는 창업주인 재일교포 배종성씨의 아들 배효준씨로 지분 51.7%를 소유하고 있다. 부곡하와이 일본 본사는 46만2000여㎡ 규모의 사업장을 비공개 매각할 방침이다. 부곡하와이 관계자는 “현재 투자자문회사와 개인 등 3곳에 400억~500억원 선에서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부곡하와이의 근무자는 총 80여명으로, 17명의 부곡하와이 노조원은 폐업 이후 공개 매각과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고성알프스리조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1983년 ‘휘닉스파크’, 1993년 대명리조트의 ‘비발디파크’, 1998년 한솔그룹의 ‘오크밸리’ 등이 연이어 개장하며 시설과 접근성 면에서 경쟁력을 잃었지만 시설 개선 등이 미흡했다. 고성군 관계자는 “스키를 즐기는 젊은 층이 갈수록 줄어드는 환경에서 다른 리조트들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고 시설 투자도 미비했다는 점이 경영난의 원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