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이 노선 서비스 개시 2개월 만에 선복량(적재 용량) 기준 세계 23위 선사로 올라서며 컨테이너 해운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지난 4월 85위로 처음 순위에 이름을 올렸던 SM상선은 한 달 만에 62계단 상승했다.

SM상선은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한진해운 미주·아주노선 영업망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12월 법인을 설립했고, 지난 3월 8일 첫 노선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 알파라이너는 23일 기준으로 SM상선의 선복량 6만9633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점유율 0.3%로 세계 컨테이너 선사 중 2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 선사 중에서는 13위 현대상선(37만8209TEU, 1.8%), 19위 고려해운(12만2193TEU, 0.6%)에 이은 3위다.

SM상선 컨테이너선

SM상선은 사선 9척(3만8683TEU)과 용선 7척(3만950TEU) 등 16척을 운영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알파라이너 순위 자료는 계선(육지에 정박 중인 선박)을 제외하고 선사가 실제로 운영하는 선박만 집계에 포함한다.

계선 중인 선박을 포함하면 SM상선의 보유 선박은 모두 24척으로 10만5000TEU 수준이다. 사선은 1000TEU 1척‧1600TEU 3척‧4000TEU 1척‧5900TEU 2척‧6500TEU 8척‧8500TEU 3척 등 18척이고, 용선은 1000~1500TEU급 6척이다.

계선 중인 선박은 내년 취항을 목표로 추진 중인 미주 북부, 미주 동안 노선 운영을 위해 미리 확보해둔 것이다. SM상선이 계선 중인 선박까지 모두 운영하게 될 경우 알파라이너 순위는 중국 선사 SITC를 제치고 20위권 안에 들어가게 된다. 고려해운과의 선복량 차이도 선박 1~3척(1만TEU) 규모로 좁혀진다.

여기에 올해 연말까지 6척을 추가 매입해 30척을 확보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우오현 삼라마이더스(SM)그룹 회장은 지난 4월 SM상선의 미주노선 취항식에서 “3년 안에 SM그룹 해운 부문에서 사선을 100척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SM그룹의 해운 부문은 SM상선을 포함해 대한해운, 대한상선(옛 삼선로직스) 등이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SM상선이 단순히 선복량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높은 적재율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영업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SM상선은 6개 아주 노선과 1개 미주 노선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태국 노선의 경우 적재율이 100%에 가깝고, 주력인 미주 노선의 적재율은 80%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SM상선의 순위 급상승이 20위권 밖 선사 대부분 지역 내에서만 활동하는 근해선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근해선사는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 노선 몇 개만 운영하며 안정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선복량이 많지 않다.

SM상선이 글로벌 원양 선사들이 대거 포진해있는 10위권 안으로는 쉽게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운업계에서는 상위권 주요 선사 몇 곳이 인수합병(M&A)과 극초대형선박 발주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어, 이외 선사들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SM상선이 내년 미주 노선을 추가로 개설하고 다른 선사들과의 공동 운항도 시작하게 되면 성장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화주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고, 서비스를 안정화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