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M이 애플뮤직에 음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애플뮤직이 국내 주요 음원 유통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CJ E&M과의 음원 공급 계약으로 애플뮤직의 K-POP 콘텐츠 확보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뮤직은 그동안 국내 음원 부족으로 ‘반쪽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CJ E&M이 운영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엠넷닷컴’ 관계자는 22일 “지난 4월 27일부터 애플뮤직에 음원을 공급하고 있다”며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자이자 음원 유통사로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엠넷닷컴은 멜론·지니·벅스 등 국내 경쟁사들과는 음원을 공유해왔지만 애플뮤직에는 음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엠넷닷컴 측은 구체적인 공급 음원 수량과 수수료 배분 비율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 사항에 대해 밝힐 순 없지만, 소속가수 뿐 아니라 유통권을 지니고 있는 음원 또한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애플뮤직에선 기존에 찾을 수 없던 CJ E&M의 드라마 OST를 비롯해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 등 엠넷(Mnet) 방송 채널을 통해 공개된 곡들과 엠넷 소속 가수의 음원이 제공되고 있다. 엠넷닷컴의 보유 음원 수는 550만곡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tvN 등 CJ E&M의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OST는 물론,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공개된 곡들이 음원차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애플뮤직의 국내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3000만곡 이상의 음원 자랑하는 애플뮤직, K-POP 없어 국내 안착에 난항
애플뮤직은 2015년 애플이 선보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현재 세계 100여개 이상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며, 2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기존 애플이 운영하던 디지털 다운로드 서비스 ‘아이튠즈 스토어’와는 별개다. 애플뮤직은 총 3000만곡 이상의 음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업체 ‘멜론’의 3배가량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당시 3개월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주목받았다.
그러나 K-POP 콘텐츠가 부족해 한국에서 성공은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애플뮤직은 국내 서비스 시작과 함께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JYP 등 일부 기획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로엔(멜론), CJ E&M, 지니뮤직(구 KT뮤직) 등 국내 주요 음원 유통사들과는 저작권료 정산 비율에 관한 이견으로 계약을 맺지 않았다. 현재도 로엔은 애플뮤직과 음원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로엔의 대표 가수 ‘아이유’의 곡을 검색할 시 드라마OST 외에 아이유의 앨범에 실린 곡은 찾을 수 없다.
음악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저작권자에게 할인하지 않은 정상가격 기준 60%의 수수료를 제공하지만, 애플뮤직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워 할인판매가 기준 70%의 수수료를 제시해 계약이 불발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장기 계약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상가격 1만원인 한달 서비스 비용을 3달 계약 시 6000원으로 할인해주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애플뮤직은 K-POP 콘텐츠 부족으로 3개월 무료 프로모션이 끝난 이후 사용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애플뮤직 측은 이번 음원 공급 계약에 관해 “답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멜론 천하’인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CJ, 애플 손잡고 카카오 견제에 속도 내나
디지털 음원 시장 규모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급성장해 지난해 1조원대를 넘어섰다. CJ E&M이 애플뮤직에 음원을 공급하는 것은 ‘멜론천하’인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앱 조사 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멜론의 월 실제 사용자수(MAU)는 약 522만명이다. 그 다음으로 지니뮤직(172만명), 카카오뮤직(166만명), 네이버뮤직(151만명), NHN엔터테인먼트의 벅스(92만명), 엠넷(81만명) 순이었다. 카카오 산하 멜론과 카카오뮤직의 실사용자 수를 합하면 688만명으로, 8개 상위 음원 서비스의 실사용자 수(약 1309만명) 중 52.6%에 달한다.
CJ E&M은 지난해 9월 음악사업 부문을 ‘CJ디지털뮤직’으로 분사했다. 당시 CJ E&M은 분사 이유에 관해 “애플 뮤직이 한국에 진출하는 등 음악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엠넷은 방송 채널을 갖고 있는 만큼 스트리밍 플랫폼 외에도 방송·음원 간 시너지에서 강점을 보인다”며 “CJ E&M 측이 과점 사업자인 멜론·카카오를 견제하기 위해선 애플뮤직과 경쟁하기 보단 손을 잡아 음원 수익을 챙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