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올 초 '일본 증시에 베팅하라'는 의견을 냈다. 미국·스페인·이탈리아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일본 주식이 싸다는 것이 이유였다. 블랙록은 "과거 일본 기업들은 낮은 수익성이 문제였지만 지배 구조 개선과 자사주 매입 추세가 이어지면서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 예상대로, 일본 증시는 올 들어 순항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0일 1만9900.09에 장을 마치면서 2만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호재였다. 미국이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엔화 가치는 하락해 일본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 머니는 일본 증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선 일본펀드 인기가 한풀 꺾인 상태다. 최근 1년간 일본 닛케이지수는 20.73% 오르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률(13.38%)도 압도했다. 성과는 양호했지만 자금은 유출세다. 그 동안 손해를 보고 있다가 원금을 회복하자 발을 빼는 것이다.

10일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펀드에선 약 3200억원이 빠져나갔고, 올해도 660억원의 뭉칫돈이 빠졌다. 이달 현재 가장 운용 규모가 큰 일본펀드는 설정액 1791억원인 프랭클린재팬펀드다. 하지만 최근 1년 수익률은 13.1%로, 닛케이지수 상승률엔 못 미쳤다. 지수 움직임의 2배 수익을 거두는 일본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들의 1년 수익률이 36~38%로 화끈하지만, 그만큼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에 장기 투자 상품으론 적절하지 않다. 일반 해외펀드 중에선 이스트스프링운용의 다이나믹재팬펀드가 1년 성과 29%로 가장 높았다. 혼다자동차, 미쓰비시UFJ금융그룹등 대형주를 주로 담고 있다.

일본펀드에 가입할 땐 환(換)헤지 여부도 잘 따져봐야 한다. 똑같은 종목을 담아 운용하는 일본펀드라고 하더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5%포인트씩 벌어지기도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면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안전 자산인 엔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