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과 같은 2.7%로 유지했다. IMF는 8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발표한 '2017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수출 개선에도 정치적 불확실성과 소비 약세 탓에 2.7%에 정체돼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전망치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3.5%)보다 0.8%포인트 낮고, 작년 우리나라 성장률(2.8%)보다도 낮은 것이다. 올 들어 우리나라 수출이 1월부터 넉 달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호조를 보이는데도 성장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 이유로 IMF는 정치적 불확실성(political uncertainty)과 저조한 소비를 꼽았다. IMF가 언급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그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인한 정국 불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선이 무난하게 끝나면서 해외에서 우려하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금세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아·태 지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대로 5.5%를 유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아·태 지역에 위험 요소가 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IMF는 중국과 일본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달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각각 6.6%, 1.2%로 내다봤다.
IMF는 아시아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아시아의 노령화 속도는 현저하게 빠른 반면 1인당 소득은 과거 선진국들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고령화를 늦추는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부 국가는 부유해지기 전에 노화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