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직장인 남모씨(31)는 최근 친구 부부의 돌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백화점을 찾아 10만원 어치 장난감 선물을 구입했다. 그는 “주변에 출산한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백화점에서 아동복이나 장난감을 사는 편”이라며 “대부분 친구들이 미혼이고 기혼인 친구들 역시 자녀를 1명 밖에 낳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쩌다 한 번 선물할 때 통크게 (돈을)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저성장으로 소비가 줄어 백화점·마트 등 주요 유통채널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키즈(kids)’ 산업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으로 한명 아이 가정이 늘면서 자녀에 투자하는 씀씀이가 커지는 ‘골드키즈(gold kids·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외동 아이로 태어나 귀하게 자란 어린이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 현상의 수혜를 유통업체들이 누리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아동 상품군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 1~3월 아동 상품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요 백화점의 연 매출은 평균 1~2% 성장하는데 그치는 반면, 유·아동 상품군 매출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아동 상품군 매출 증가율은 2014년 11.2%, 2015년 12.5%, 2016년 18.5%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롯데백화점도 작년 아동 상품군 매출이 전년 대비 17% 늘어, 전체 매출 증가율(2%)을 크게 웃돌았다. 신세계백화점의 아동용품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0.6%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아이 1명에 부모는 물론 고모·삼촌·친구 등 10여명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는 ‘텐 포켓(10 pockets)’ 현상이 나타나면서 아동 관련 상품 매출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009년 1조2000억원에서 2015년 2조4000억원으로 6년만에 두배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안타증권은 2012년 27조원 규모던 키즈 산업이 지난해 39조원대로 4년만에 44%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선일보DB

특히 '가정의 달'을 맞이해 유통업체들은 5월 아동 관련 상품 매출이 지난달 대비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말 롯데하이마트가 3세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성인 1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하는데 평균 10만1000원을 쓸 것이라고 답했다.

유·아동용 상품군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자, 키즈 사업에 뛰어드는 유통 업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패션·스포츠 브랜드다. 키즈 브랜드를 별도로 출시해 단독 점포를 내거나 백화점 등에 입점하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업체 블랙야크는 ‘블랙야크 키즈’라는 아동용 의류 브랜드를 선보였고, 스포츠 의류업체 뉴발란스도 아동용 의류 브랜드 ‘뉴발란스키즈’를 내놨다.

유안타증권 김남국 연구원은 “절대적인 출산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아동 1인당 지출액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산업의 프리미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유·아동 상품 관련 기업들은 전체 출산 저하에 따른 수요 감소를 제품 품질과 가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 골드키즈(gold kids)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외동 아이로 태어나 귀하게 자란 어린이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