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 증시는 6년 전 기록한 역대 최고치(2228.96)에 한 걸음 다가섰다. 장중에는 2229.74로 넘어서기도 했다.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코스피가 새로운 기록을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기업 실적 개선을 등에 업고 있다. 이날 오전 여의도 증권가는 "한국 주식시장이 드디어 증시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며 흥분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229.74까지 오르면서 6년 전 같은 날짜에 기록했던 역사상 최고치(2228.96)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강하게 이어졌지만 기관·개인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전 거래일 대비 0.65% 오른 2219.67로 마감했다.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강세장이 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백재욱 한화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하게 나오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과 같은 주주환원책 확대, 새 정부의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맞물렸다"면서 "코스피지수는 2분기(4~6월) 중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붙은 코스피… 종가 기준 역대 2위
코스피지수는 6년 만에 2200선에 안착하며 비상할 채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가를 매일 경신하면서 최근 한 달간 9%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좋게 나오는 등 기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소비심리 회복 등 내수도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정의 정상화, 경제 안정화를 서두를 것"이라며 "우려나 걱정보다는 기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선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 친화 정책 등이 나오게 되면 세계 최저 수준인 주가수익비율(PER)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PER은 낮을수록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는 올 초 2026에서 2200선까지 꾸준히 올랐지만, PER은 1월 초 9.8배에서 현재 9.3배로 오히려 떨어졌다.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5월 중순 이후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정책 기대감에 올랐던 미국 증시에서 고평가 논란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이 급격히 이뤄지면, 국내에서 자본 이탈 가능성도 우려된다. 북핵 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남의 집 잔치'… 배고픈 개미들
여의도 증권가에는 "코스피에 불이 붙었다"는 말이 나오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월간 성과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개인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기업은 철강업체인 '포스코'였는데 한 달 동안 5.81% 하락했다. 한국전력, 현대차, LG화학 같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도 모두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가 독주하는 장세인데 1주를 사려고 해도 220만원을 넘어 개미들은 넘볼 수 없다. 삼성전자 개인 주주는 6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자 그나마 갖고 있던 펀드도 처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8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고 올해도 4월까지 4조원대 돈이 빠졌다. 개인들은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지쳐서 떠나는데, 주가는 오르는 중이다. 이러다 보니 국내 투자자들의 몫이어야 할 증시 성장 과실이 외국인에게 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은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이 싸다면서 쇼핑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 개인들은 펀드를 다 환매해서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코스피 상승으로 인한 부(富)의 효과를 외국인만 독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액티브운용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시가총액 대비 국내 주식형 공·사모 펀드 비중은 2.7%로, 지난 2004년(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