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장으로 떠오른 자율 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1일 국토교통부에서 자율 주행차 운행 허가를 받아 실제 도로에서 주행 시험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네이버·서울대·한양대 등 모두 18곳이 자율 주행차 운행 허가를 받았다. 국내 전자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처음이며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에 대항하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의 자율 주행차는 현대차의 그랜저 차량에 레이저를 이용해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레이더(RADAR)' 등 다른 회사에서 제작한 자율 주행 장치를 개조해 장착한 형태이다. 각 장치를 조작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자율 주행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했다. 종합기술원은 이 소프트웨어에 인공지능이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워가는 '딥러닝(기계 학습)'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자장치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전장 전문 기업 하만이 보유하고 있는 음향·내비게이션·통신 기능에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면 완벽한 자율 주행차의 '뇌(腦)'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인공지능(AI) 비서인 '빅스비(Bixby)'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자사 전자제품을 연결하고 있다. 여기에 자율 주행차 소프트웨어까지 추가하면 사람들의 생활 전체를 삼성전자 제품과 서비스로 채울 수 있다. 자율 주행차에 탑재하는 각종 첨단 장치는 반도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언제든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율 주행차 완성차를 직접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운행 허가는 지금까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실제 운행에 적용해 보고 개선책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