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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 'AI 점원' 키우려… 300명이 데이터 수십만건 입력

  • 신동흔 기자

  • 입력 : 2017.05.01 03:00

    쇼핑 어드바이저 AI 개발 중… 하루에 질문 수백개 분석해 저장
    "똑같은 AI 엔진이라도 학습 방식에 따라 능력 달라져"

    금융·의료·건설 등 다양한 업종… AI 전문 인력 확보에 비상

    지난 20일 오후 서울 을지로 4가 삼풍넥서스빌딩 9층 롯데백화점 인공지능(AI)팀 사무실. 롯데백화점 본사와 전국 매장 직원 300명이 매일 내부 채팅 앱을 통해 '쇼핑 어드바이저 AI'에게 보낸 질문을 일일이 분석해 입력하는 곳이다.

    "이 바지에 유인나 코트 어울릴까" "좀 있어 보이는 스카프 없나"처럼 고객들이 매장에서 실제로 묻는 질문에서 "제대로 골라올 수 없나" "그건 아니지" 같은 질책성 발언까지 올라온다. 매장 직원들이 하루에 수백 개씩 보내는 질문을 테스트 단계인 AI가 제대로 이해하는지 분석을 거쳐 AI 서버에 데이터로 저장된다.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서버 룸에서 직원들이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서버 룸에서 직원들이 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개발 중인‘쇼핑 어드바이저’인공지능에 입력되는 데이터는 모두 이곳에 저장된다. /이진한 기자
    40여 명의 AI팀원들이 2월 말부터 수집·분석한 문장의 숫자는 1만여 개. 일반 단어는 유의어와 동의어까지 찾아야 하고, 제품별로 브랜드 이름까지 넣어줘야 하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한 직원은 "초기 데이터가 풍부해야 AI가 기계학습을 할 수 있다"면서 "AI 초기 세팅 작업은 한마디로 지루한 작업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AI 기계 학습 위해 수십만 건 데이터 입력해야"

    롯데는 현재 IBM과 협약을 맺고 인공지능 엔진 '왓슨' 기반의 쇼핑 어드바이저 AI를 개발 중이다. 단순한 인사말이나 콜센터 자동응답기 수준을 넘어 "면접 때 입을 정장 추천해줘"라고 말하면 AI가 "어느 회사 면접 보세요"라고 되묻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실제 소비자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고 어떤 식으로 질문하는지 대화 패턴과 데이터를 직원들이 가상의 고객이 돼 보내주고 있다. 옷 길이에 대한 표현도 "길다" "짧다" "엉덩이를 덮는 길이" 등 수없이 다양하다. 김근수 AI팀장은 "AI는 언어 능력만 있을 뿐 패션·유통 업종과 고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실제와 유사한 질문을 최대한 많이 넣어줘야 한다"며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와 숫자를 생각하면 수십만 건의 대화 패턴을 넣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롯데는 참여 직원들의 숫자를 대폭 늘리고, 향후 실제 고객들의 도움도 받을 예정이다.

    주요 기업의 인공지능 기반 사업 추진 사례
    AI는 초기에 얼마나 양질(良質)의 정보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능력과 정확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AI에게 자료를 무작위로 넣어주는 것은 금기(禁忌)다. 지난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챗봇 '테이'는 트위터에서 자동으로 지식을 긁어모아 "히틀러가 옳았다"는 혐오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롯데백화점 AI 총괄 김명구 상무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AI가 학습할 자료를 세심하게 골라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화진 한국IBM 대표는 "똑같은 AI 엔진이라도 기업들이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능력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업종에 적용되기 시작한 AI

    유통 외에도 금융·의료·건설 등 다양한 업종에서 AI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 KT스퀘어에서 열린 AI 서비스 '기가지니' 사업 설명회에는 우리은행·이베이코리아·CGV·현대건설 등에서 100명 넘는 관계자들이 모였다. 또 대림산업·미래에셋대우 등은 최근 한두 달 사이 KT와 MOU(양해각서)를 각각 맺고 공동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미래에셋대우 이노베이션랩 홍종길 팀장은 "우선 AI로 주식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부터 준비 중"이라며 "향후엔 사람 목소리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성문(聲紋) 분석 기술을 이용해 음성인식 AI로 주식거래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기업들은 AI 전문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LG CNS는 기존 빅데이터 조직을 확대해 내년 말까지 400명 규모 AI빅데이터 사업 조직을 만들기로 하고 인력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네이버·SK텔레콤 같은 IT 기업뿐 아니라 현대차·포스코 같은 굴뚝 기업도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3월부터 본사 15명, 계열사 10명씩 각사 IT 최정예 인력을 선발해 포스텍(포항공대)이 개발한 4개월 과정 AI 전문가 위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KT 융합기술원 지능개발팀 장두성 박사는 "올 들어 AI 전담 인력을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하고 충원에 들어갔지만, 아직 다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일자리를 없앤다고 하지만, 최소한 AI 관련 일자리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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