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식품으로 유명한 천호식품이 지난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김영식 회장 일가가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하고 사모펀드 카무르파트너스로부터 신규 자금을 유치한 뒤 2년 연속 역성장한 것이다.

카무르파트너스는 2015년 에이콘제1호, 밸리치더블케이 등을 통해 상환전환우선주 100억원, 유상증자 300억여원, 구주 매입 300억여원 등 총 700억원을 천호식품에 투자했다. 현재 지분율은 49.5%가량이다.

천호식품은 상환전환우선주 투자 유치 과정에서 ‘2018년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조기상환청구권을 부여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상장하지 못하면 카무르파트너스에 투자금 일부를 되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천호식품은 전사적으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실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상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1년 천호식품 ‘산수유’ 제품 광고. 김영식 회장이 직접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 회계법인과 이견으로 아직 감사보고서 공시 못해…적자 추정

천호식품은 총자산이 600억원 이상으로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자산총액 12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마감일인 지난 4월 14일까지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회계 결산이 늦어져 공시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천호식품과 회계법인이 회계처리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추정한다. 천호식품 입장에서는 올해부터 상장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만큼 공표되는 실적에 그 어느 때 보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천호식품은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험난한 시기를 보냈다. 오너 김영식 회장이 블로그에 촛불집회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구설에 올랐고 올초에는 물엿, 캐러멜 색소, 치커리 농축액 등 가짜 홍삼 원료를 구입해 제조·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 회장은 이로 인해 지난 1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다만 천호식품은 이 사건과 관련해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천호식품 한 관계자는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실적은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절묘한 광고 멘트로 고성장하다 2년째 뒷걸음질…카무르, 경영 적극 개입할 듯

천호식품은 2011년 김영식 회장이 직접 출연한 광고 이후 성장 가도를 달렸다. 김 회장의 광고 멘트인 “남자한테 참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는 까다로운 건강보조식품 광고 규정을 교묘히 피해간 절묘한 멘트로 평가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천호식품 광고는 수치나 외부 기관 인증 없이 ‘남자한테 좋은 제품’이라고 확실히 각인시켰다”면서 “광고 당시 경쟁사들 사이에서는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천호식품의 순이익은 광고 이전인 2009년만 해도 수억원 수준이었으나 2011년 광고 대박 이후 7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15년까지 매해 순이익이 50억대 후반에서 70억원을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투자 유치 이후다. 천호식품은 2014년만 해도 60억원대였던 순이익이 2015년 투자 유치와 동시에 곧바로 12억원(2015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는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호식품 오너 일가는 2015년 투자 유치 과정에서 보유한 구주(기발행된 주식) 일부를 팔았다. 당시 딸 김현주씨는 지분 전량(23.8%)을 팔았고, 김 회장도 144만여주(약 20%)를 매각했다. 대표를 맡고 있는 아들 김지안씨만 보유 지분을 팔지 않았다. 다만 투자 유치로 인해 김지안 대표의 지분율은 24.8%에서 22.0%로 2.8%포인트 떨어졌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8.5%에 그친다. 김 회장과 딸 현주씨는 지분 매각으로 약 300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천호식품의 경영이 악화된 상황이라 카무르파트너스가 올해부터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카무르 측이 추천한 2명이 이사로 선임된 상태다. 천호식품의 이사회 멤버는 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