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사회간접자본)에 집중 투자했던 과거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할 이유가 없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목건축에 쓰이는 재원들은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낮고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한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대규모 건설 투자 공약'이 사라졌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2007년 이명박 후보의 '4대강 사업' 등 국가 단위 프로젝트가 사라진 건 물론이고, 상당수 지역별 숙원 SOC 사업에 대해서 후보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SOC 공약이 사라진 대선"

이번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SOC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여론조사 1위인 문재인 후보는 지난 12일 '사람경제2017' 비전 발표 기자회견에서 'SOC 투자'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 자금은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심으로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최근 "신규 SOC 건설 투자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최근 큰 틀에서 SOC 사업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저서를 통해 "생산·고용 유발 효과가 낮다"고 밝힌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SOC보다는 환경'이라는 입장이다. 유일하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만이 SOC와 관련, 지난 20일 "노후 인프라 재건 5개년 계획에 예산 5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공개 선언한 상태다.

이런 모습은 지역별 공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최근 대구시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4조9000억원짜리 대구~광주 내륙고속철도 건설을 각 정당 후보들에게 건의했지만, 홍준표·심상정 두 후보만 공약으로 채택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각 캠프가 재원이 많이 소요되는 대형 SOC 사업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위원은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 중 SOC 공약이 가장 적은 대선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SOC 중요성 평가절하는 문제"

건설업계는 26일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건산연과 한국건설경제산업학회는 이날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대선 후보 건설·주택 분야 공약 점검과 과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상호 건산연 원장은 "대다수 후보는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듯하다"며 "인프라 투자나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 2.7% 가운데 건설투자가 1.6%포인트 기여했다. 건설투자가 없었다면 경제성장률이 1.1%에 그쳤을 것이란 의미다.

김영덕 연구위원은 "경쟁국들이 경제 재도약을 위해 앞다퉈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긍정적인 평가도 만만치 않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국가가 세금을 투입해 경기를 살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상태에서 또다시 건설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주장에 많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개발 중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