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넘어가면, 브랜드 가치와 품질이 급락해 전국 대리점들은 문을 닫게 될 겁니다."(한재덕 금호타이어 대리점주협회 대표)

25일 금호타이어 전국 1500여개 대리점주들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매각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는 글로벌 34위 업체로 기술력·브랜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져 14위인 금호타이어를 경영할 능력이 안 된다"며 "결국 전국 대리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와 협력업체, 광주지역 지자체와 경제단체 등도 각종 성명과 집회를 통해 매각 반대를 주장했다.

금호타이어 대리점주 60여명은 25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금호타이어 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업체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려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산업은행은 이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우선 매수할 권리(우선매수권)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통지문을 더블스타에 보내는 등 남은 매각 절차를 재개했지만, 향후 매각 완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선과 맞물려 정치권까지 가세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결국 금호타이어 운명은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노조·협력업체 등 "먹튀 불 보듯 뻔해… 실업자 양산될 것"

금호타이어 매각을 반대하는 측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와 협력업체들의 기술만 가져간 뒤, 광주·곡성·평택에 있는 국내 공장은 투자를 줄이거나 폐쇄하는 방법으로 '먹튀'할 것을 우려한다. 배영모 금호타이어 협력업체협의회 대표는 "100여개 협력사 1200여명의 직원들이 국내뿐 아니라 중국·베트남·미국 공장에 파견돼 본사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 증설, 자재 납품 등을 협력하고 있는데, 더블스타에 매각되면 거래처를 중국 업체들로 다 바꿀 것이 뻔하다"며 "인수 후 기술만 빼간 채 다시 매각해버린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연될 것 같아 요즘 협력사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관련 단체들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강행되면 강경 집회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금호타이어 대리점주협회 측은 "만약 산은이 매각을 강행한다면, 전국 대리점주와 가족들이 서울로 올라가 결사 반대 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오는 28일 2차 상경 집회를 갖기로 했다. 호남 지역구 의원들이 많은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도 매각 반대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국민의당 광주 지역 의원들이 노조와 만나 28일 상경 집회에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상표권 사용, 방산 부문 매각도 난항

매각 반대 움직임뿐 아니라, '금호' 상표권 사용 문제와 방산업체 해외 매각 승인 절차도 향후 매각의 걸림돌이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 '금호' 상표권을 20년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조건을 달아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금호 상표권은 박삼구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작년 9월 금호산업 이사회가 5년간 상표권 사용을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금호아시아나 측은 "사용료와 기타 조건이 합의된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세부 합의 없이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 군에 트럭·전투기 등 군용 타이어를 납품하는 금호타이어가 방위사업법에서 지정한 '방산업체'로 등록돼 있는 점도 매각의 또 다른 변수다. 방산업체를 외국 기업에 매각하면 군 기밀 유출 우려가 있어, 현행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돼있다. 산업부의 입장은 아직 명확하게 나온 게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의 방산 부문이 매출의 1% 미만이어서 문제가 없으며, 만일 문제가 되면 분리 매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금호타이어 매각이 늦어질수록 금호타이어 정상화도 더 어려워진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매각 협상을 완료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산은은 더블스타와 형식적인 매각 절차는 진행하겠지만, 차기 정부 출범 등의 변수를 지켜보면서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