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약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네요."(기획재정부 A과장)

대선 정국에서 세종시 관련 이슈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정치적인 폭발성이 강한 이슈로 다뤄져 왔는데 이번 대선은 분위기가 다르다. 대선 후보들이 세종시 관련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세종시에 국회 분원(分院)을 설치하고,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이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개헌으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국회 세종시 이전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청와대 2집무실과 국회 분원 설치 의지를 보인다. 한 경제 부처 1급 간부는 "오래전부터 거론된 내용들이라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으로 더이상 충청권 표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대전·청주·공주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이자 세종시와 인근 충청권 도시들이 대립하는 소지역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KTX 세종역 설치 여부를 놓고 대전·청주·세종 등이 모두 의견이 엇갈려 첨예하게 다투는 중이다. '세종 공약=충청 공약'이라는 공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의 한 간부는 "계획도시인 세종시가 살기 좋아지면서 인구 유출로 부동산값이 약세를 보이는 인근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세종시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대전에선 '세종시 경계론'이란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지난해 대전과 세종을 연결하는 버스 노선을 추가로 만들 때 대전시청에는 "왜 세종시 좋은 일만 시켜주느냐"는 시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세종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모든 충청권에서 자기 일처럼 생각했지만 이제는 저마다 사정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