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이 세계 화장품 순위 7위에 올랐다. 국내 화장품 기업이 10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슨앤드존슨·샤넬·에이본·카오·겔랑(LVMH)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제치고 전년도에 비해 5단계 상승한 성과다. LG생활건강도 2015년 19위에서 지난해 17위로 두 단계 올랐다.
세계적 권위의 화장품 전문 매체 '우먼스웨어데일리(WWD)'는 전 세계 화장품 업체 매출(비화장품 제외)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를 17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2007년 처음 20위 내에 진입한 이후 10년 만에 10위권에 진입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장품 산업은 미국·유럽·일본이 주도권을 쥔 대표적인 선진국 산업이자 고급 문화 사업"이라며 "글로벌 브랜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중국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존슨앤드존슨·샤넬·LVMH 제쳐
아모레퍼시픽의 급성장은 색조 화장 중심의 글로벌 업계에 '건강한 피부'라는 차별화로 승부를 건 것이 주효했다. 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6조6976억원, 그중 해외 부문은 25%다. 여기에 국내 면세점 매출(전체 25%)까지 포함하면 해외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 WWD도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5가지 자체 브랜드를 갖고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에서 꾸준한 매출 상승세를 보이는 게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5대 브랜드 중 에뛰드를 제외하곤 모두 기초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이라고 하면 무시하던 시절에 아모레퍼시픽이 고급 스킨 케어 제품으로 할리우드 스타조차 직접 구매하게 만들면서 인지도를 높였다"며 "과거에는 해외여행 갈 때마다 면세점에서 외국 브랜드 제품을 사기 바빴는데, 이런 분위기를 아모레퍼시픽이 바꿔놨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업체들이 주저하던 중국과 아세안 시장에서 '한류 화장품'을 내세워 시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도 평가받는다. '1등 따라 하기'가 아니라 '1등으로 나서기'로 성공 모델을 만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등 아시아 사업에서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38% 성장한 1조57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로레알 같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이 '아시아인을 위한 제품'을 출시하게 된 것도 아모레퍼시픽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또한 전 세계 화장품 업계에 세계 최초로 '쿠션(스펀지에 파운데이션을 담은 것)'을 개발해 출시하면서 '한국 화장품은 기술이 뛰어나다'는 인식을 각인한 점도 작용했다. 이로 인해 2015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100대 혁신 기업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을 28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유럽 등 화장품 본거지 장악이 과제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 세계 7위 화장품 기업에 맞게 화장품 산업 본토인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더욱 활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미주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에 이니스프리를 추가로 출시해 기존의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라네즈와 함께 미국 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 유럽 시장 역시 올 하반기에 기초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유럽 화장품 시장도 메이크업과 향수 중심에서 건강한 피부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어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의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으로 대표되는 중국 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세안 시장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태국 등을 교두보 삼아 신흥 시장인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중동에서도 지난해 두바이에 법인을 세우고 올해 안에 메이크업 브랜드 '에뛰드하우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게 되어 영광스럽다"면서 "보다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브랜드, 지속적인 혁신 기술 개발, 현지 시장과 고객에 맞는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