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발표한 경제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라 살림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 씀씀이는 대폭 늘리는 것인데 뚜렷한 재원 조달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매년 적자 폭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 기반 구축 등을 위해 연평균 재정을 7%씩 늘리겠다고 했다. 연평균 3.5%씩 늘리겠다는 정부의 예산 편성 기조보다 비율로 두 배씩 확장한다는 것이다.

올해 예산 400조7000억원을 시작점으로 볼 때 정부 방안을 따르면 2018~2021년 4년간 414조원→428조원→443조원→458조원(2021년·추산) 순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문 후보 구상대로라면 같은 기간 428조원→458조원→490조원→524조원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매년 차이 나는 돈을 합산하면 4년간 150조원가량 더 지출하는 결과다. 재정 운용 특성상 다시 긴축하는 것은 간단치 않게 된다.

재정 전문가들은 2%대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예산을 7%씩 늘리는 것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형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결국 증세(增稅)하든지, 아니면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것을 용인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문 후보 방안대로 하자면 역대 정부 중 가장 세금 부담이 커지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상세한 재원 조달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은 점도 우려가 있다. 근년에 연평균 3.5% 안팎의 예산 증가율을 유지하는 동안에도 재정 적자를 끊어내지 못해 매년 30조원 안팎 국채를 찍어 국가 채무를 늘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법인세 실효세율을 올리고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정도로는 연간 2조~3조원 추가하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문 후보 측은 지난해 당초 예상보다 세수가 9조8000억원 더 들어온 기반을 토대로 향후 5년간 자연 증가분만 50조원 이상 더해지기 때문에 감당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는 세수가 좋은 편이지만 당장 내년부터는 세수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문 후보가 얘기한 만큼 엄청난 액수를 늘릴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 못 하겠지만, 재정이 보다 큰 역할을 해서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방향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만약 재정을 쏟아부어서 경제를 살릴 수 있으면 일본같이 엄청난 재정을 쏟아붓고도 왜 경제를 살리지 못했느냐"며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민간과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튼튼한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했다. 김관영 선대위 정책본부장도 "전체적으로 굉장히 급격한 재정 확대 정책을 꾀하는 것인데 재원 확보 대책에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국가 부채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