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직원행복센터' 장석현 부장은 지난달부터 매주 두 개씩 전국의 지점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사와 함께 지점을 돌면서 "심리 상담을 받으시라"고 홍보를 하기 위해섭니다. 실적이나 손님맞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이 늘자 KEB하나은행은 직원을 위한 심리 상담 서비스를 마련했는데, 직원들이 눈치를 보느라 이를 많이 이용하지 않자 담당 부장이 '모객(募客)'에 나선 겁니다.

휴가는 통상 여름에 가기 마련인데, 신한은행 직원들은 올해 2월부터 휴가를 가기 시작했습니다. 신한금융 회장으로 지난달 말 자리를 옮긴 조용병 전 신한은행장이 올해부터는 휴가를 3일씩 늘려 13일(영업일 기준)씩 쓰라는 '선물'을 주고 갔습니다. 충분한 재충전으로 정신과 건강을 챙겨야 진짜 프로답게 일할 수 있다며, 이 긴 휴가엔 '웰프로 휴가 2.0'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직원 '멘털 챙기기'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웰프로 휴가와 별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심리 상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심리 상담 신청 서비스를 올해 도입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인 'KB 치어 업(cheer―up·기운 내)'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27개 희망 영업점·부서를 대상으로 전문 강사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과 동료 사이의 소통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 등을 3~6월에 걸쳐 가르쳐준다고 합니다.

은행들이 직원들의 정신 건강 챙기기에 팔을 걷어붙인 데는 말끔한 정신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결과적으로는 실적도 개선하자는 다소 이기적인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딜로이트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가 전문 심리 상담 서비스를 갖춰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입니다. 영국 정부 조사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한 해에 총 7000만일(日·영국 근로자는 약 3100만명) 정도의 근무일이 사라지는 스트레스 악(惡)효과가 있다고 하니, 스트레스를 확 줄여주면 생산성은 더 높아지겠지요. 직원의 정신 건강을 챙겨서 사고를 막고 업무 효율성도 끌어올리겠다는 국내 은행들의 시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이런 노력의 과실이 금융 소비자가 느끼는 서비스·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