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내년부터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차량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중국내 제네시스 판매법인을 별도로 설립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8일 현대차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현대차 중국사업본부의 중국판매지원부 산하에 신설됐으며 제네시스의 중국 진출을 위한 현지 시장조사와 관련 법규 등 현지법인 설립 사전 작업을 담당하게 된다.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제네시스 대형 세단 G80

현대차는 올해 안에 제네시스 중국 판매법인 설립을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중국에서 제네시스를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판매 중인 제네시스 G80과 G90, 그리고 올해 나올 중형 세단인 G70까지 중국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2002년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50대50 합작으로 베이징현대차를 설립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중국 판매법인을 완전 자회사(100% 출자)로 설립할 예정이다. 중국 법규에 따르면 외국계 회사가 중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중국 업체와 지분 절반씩을 공동 출자해 합작사를 만들어야 하지만 판매만 전담하는 법인은 이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프리미엄 독립 브랜드로 2015년 출범했다. 현대차는 판매차량의 라인업 확대와 고급차 시장 공략을 위해 도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 등과 같은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를 만들었다. 제네시스는 2015년 말 최고급 대형 세단인 G90(국내 차명 EQ900)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대형 세단인 G80을 내놨다. 올해는 중형 세단인 G70을 출시할 예정이다.

2015년 12월 제네시스 EQ900 출시 행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가 박수하고 있다.
2015년 12월 제네시스 EQ900 출시 행사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황교안 국무총리(오른쪽)가 박수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후 한국과 미국의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제네시스 판매량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G80과 EQ900을 합쳐 4만5752대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 3월까지 판매량은 8980대였다.

지난해 8월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말까지 4개월여 기간에 G80과 G90을 합쳐 6948대 팔렸다. 올해들어 3개월동안에는 3253대가 판매돼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약 절반을 채웠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안착을 발판삼아 중동과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도 제네시스의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가 내년 중국에서 제네시스를 출시하면 수입차에 적용되는 25%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네시스를 수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높은 관세를 감수하고 중국에 제네시스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베이징현대차의 성장세가 둔화돼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중국시장 위기론'이 고조되면서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현대차는 현재 쏘나타와 투싼, 싼타페 등 국내에서 판매 중인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함께 위에동, 밍투 등 중국 전용 모델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은 114만2016대로 전년대비 7.5%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중국 자동차시장 성장률인 15%의 절반에 그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베이징현대차의 창저우공장에서 직원이 소형차 위에나를 조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베이징현대차의 창저우공장에서 직원이 소형차 위에나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005년 7.5%에 달했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도 줄곧 6%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5년 5.6%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5%대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3.9%, 3.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대차는 중국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 법인장을 장원신 부사장으로 교체하는 등 현지 경영진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중국 출시 초반 제네시스를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한 뒤 중국 시장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베이징현대차가 운영 중인 중국 내 공장에서 제네시스를 만들어 파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장에서 제네시스를 생산해 판매할 경우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물량 조달도 수월해져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

해외 업체들의 사례로 보면 도요타는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를 중국 밖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반면 닛산은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를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해 팔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차는 설립 후 주로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양산차를 판매해 왔다"며 "계획대로 내년부터 중국에서 제네시스의 판매가 시작되면 중국 고급차 시장을 공략해 차량 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