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세단 쏘나타는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SM6와 말리부 등에 밀려 저조한 성적을 냈던 7세대(LF) 쏘나타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3월 중 출시되는 페이스리프트 쏘나타는 기존 모델의 내·외관 디자인 변경, 성능 개선, 각종 안전·편의사양을 보강해 풀체인지(완전변경) 수준의 변화를 거친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2007년 11월 출시한 '쏘나타 트랜스폼’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쏘나타 트랜스폼은 NF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출시된 직후 국내 중형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현대차는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명을 ‘쏘나타 뉴 라이즈'로 붙였다. 단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신차 수준의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7.5세대급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쏘나타 판매 부진은 현대차 국내 실적 악화의 주요 요인이었다. 따라서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성공 여부는 올해 현대차 성적표를 가늠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기 투입된 구원투수
현대차는 당초 올해 7월쯤 신형 소나타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쏘나타 판매량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기 투입을 결정했다.
지난해 쏘나타 내수 판매량은 8만2203대로 전년대비 24.2%나 감소했다. 비록 경쟁 모델인 르노삼성 ‘SM6’(3월 출시·5만7478대)와 한국GM ‘올 뉴 말리부’(6월 출시·3만6667대)를 제치고 중형차 부문 1위를 지켰으나 LPG 영업용(택시) 모델을 제외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택시를 제외하면 SM6가 3만1834대로 1위이며, 2위는 말리부(3만364대), 쏘나타는 2만3751대로 3위에 그쳤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SM6와 말리부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차종”이라며 “2014년 출시된 쏘나타가 상대적으로 구형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공개된 렌더링(스케치 형태) 상태의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 디자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이 많다. 소나타의 렌더링을 보면 차량 앞부분 끝단을 낮추고 트렁크 끝단은 높여 스포츠 세단 느낌을 준다. 또 전면에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특징인 '캐스캐이딩 그릴'을 적용했다. 디자인 변경뿐 아니라 준대형차 그랜저에 적용된 현대차 지능형 안전기술 패키지 '현대 스마트 센스'와 '주행 중 후방영상 디스플레이(DRM)' 기능 등도 탑재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기존 차량에서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등이 변화된 새로운 차량이다. 신차 수준의 변경이다"라고 말했다.
◆ 경쟁 모델 신차 없어 판매 유리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경쟁 차량인 SM6는 지난해 3월 출시됐고, 올 뉴 말리부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따라서 국내 완성차업체에서 쏘나타급 신차 출시는 당분간 없다고 봐야한다. 중형세단 신차가 없는 올해가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의 적기인 셈이다. 특히 중형세단 시장의 판도는 경쟁 모델이 출시되거나 마케팅 정책이 바뀔 때 마다 쉽게 흔들리는 경향을 보여왔다.
LF쏘나타의 경우 그전 세대인 YF쏘나타와 달리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연간 판매 10만대를 넘어본 적이 없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이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연간 10만대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NF소나타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오기 전인 2007년 1월부터 10월까지 월평균 9249대 판매됐으나, 쏘나타 트랜스폼 출시 이후 월 평균 1만264대로 판매 대수가 11% 가량 늘었다.
YF소나타의 경우도 2012년 1월부터 6월까지 월평균 7290대 판매됐으나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7월부터 12월 월평균 8456대씩 팔려 15% 증가했다. 다만 2013년부터 YF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월평균 판매량은 6996대로 뚝 떨어졌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쏘나타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감이 큰 만큼 신모델이 출시되면 중형세단 시장에서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상품성 개선 없으면 미풍에 그칠 수도
디자인 변경이 고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요인이지만 상품성에 큰 변화가 없다면 신차 효과가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가격은 오르는 반면 막상 바뀐 것은 크게 없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디자인만 약간 바뀌고 성능, 연비에서 기존 모델과 달라진 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부수적 기능만 추가해 가격만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수입차 등으로 확대된 데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차량의 교체주기가 예전보다 짧아져, 신차효과 기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엔진 성능과 연비 등이 개선되는 확실한 변화가 없다면 이전 판매량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