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규모 맥주 사업자가 만든 하우스(수제)맥주를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팔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또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맥주를 만들 수 있도록 주류 첨가물의 범위도 확대한다. 와인이나 막걸리 등 다품종 소량 생산 주류에 한해 가정용과 대형매장용 등 의무적으로 용도를 나눠 표시하던 규정도 폐지한다.
정부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류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주류산업은 원료나 제조기법, 지역별 특성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 수제맥주 소매점 유통 허용
정부는 우선 맥주 판매망을 넓힌다. 정부는 수제맥주 등 소규모 업체가 생산한 맥주의 소매점 유통을 허용할 계획이다. 현재 소규모 맥주 사업자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소매점에서 맥주를 팔 수 없고, 제조장이나 영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맛있는 하우스맥주라도 만들어진 지역이 아닌 곳에서 소비자가 접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맥주도 소매점에서 판매를 할 수 있어 다양한 하우스맥주가 개발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내 하우스맥주의 소매점 유통을 허용해 다양한 맥주 제품을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올해 상반기 중 전문가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해 주세법령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맥주 제조면허 관련 규제도 개선할 예정이다. 현행 규정 상 하우스맥주와 일반 맥주업체는 맥주를 만드는 용기로 구분한다. 용기가 75킬로리터(㎘)를 초과하면 일반 맥주업체로 보고, 이하면 소규모 맥주 사업자로 분리한다. 소규모 맥주 사업자는 생산량 구간별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연간 출고량 중 100㎘ 이하 수량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의 60%, 300㎘ 이하에 대해서는 과세표준의 40%를 덜어준다.
그러나 소규모 맥주 사업자가 생산을 늘리기 위해 75㎘를 초과하는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 대기업 맥주업체들과 동일한 취급을 받게 돼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또 생산설비 규모를 확대하려면 일반제조면허를 다시 취득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어 소규모 맥주 사업자들이 사업 확장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올해 4분기 소규모 맥주제조 면허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주세법령을 재검토해 소규모 맥주 제조자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 다양한 맛 위해 주류 원료 및 첨가물 범위 확대
아울러 주류 원료 및 첨가물의 범위를 확대해 다양한 맛의 술을 만들 수 있게 한다. 현재 정부는 주종별로 원료와 첨가물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맥주 원료의 경우 엿기름과 밀, 쌀, 보리, 감자 등만 사용할 수 있도록 주세법에 고시돼 있다.
정부는 식품위생법상 허용기준을 토대로 주류 첨가물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맥주의 경우 귀리와 호밀은 물론 고구마와 메밀, 밤 등 녹말이 포함된 원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주세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류 첨가물 범위가 확대될 경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주류를 만들 수 있다”며 “다양한 맛의 맥주가 개발돼 주류 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주류의 용도를 구분해 표시해야 했던 규정도 폐지한다. 정부는 탈세와 주류 불법유통을 막기 이해 주류 상표에 ‘대형매장용’, ‘가정용’, ‘주세면세용’ 등으로 용도를 구분해 표시하도록 해왔다. 이 때문에 주류의 용도가 바뀌거나 반품해야 할 경우 제조자와 수입업자가 바뀐 용도에 따라 상표를 다시 부착하는 등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국세청은 올해 2분기 중 주류 상표 사용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다품종 소량 유통되는 주류에 한해 용도 구분 표시의무를 폐지할 계획이다. 와인과 막걸리 등이 포함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량으로 유통되는 주류 제품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소주나 맥주, 위스키 등 대량으로 유통되는 주류는 기존처럼 용도 구분 표시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