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칭코 사업이 활성화된 일본은 도박 중독자나 불법 도박 사이트로 인한 사건이 생기지 않도록 업계 전반이 자체적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양성화하기 위해 힘쓴다. 정부 규제가 시작되면 시장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사전에 관리하는 것이다.” - 정욱 넵튠 대표

“일본의 한 게임사는 사용자 한명이 게임 내에서 100만엔(약 1300만원)을 사용한 것에 크게 놀라 해당 사용자에게 결제 한도를 부여하고 일부 금액을 환불해주는 등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게임 콘텐츠 업계와 학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의 말엔 공통점이 있다. 일본에선 정부 규제가 시작되기 전 게임 사업자가 스스로 과도한 사행성을 경계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국내 사정은 어떨까. 먼저 과거를 돌아보자. 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웹보드 게임은 결제금액이 과해지고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규모가 커지자 정부 규제가 시작됐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NHN엔터테인먼트 등 웹보드 게임회사는 타격을 크게 입었다. 규제의 ‘풍선효과’로 사행성이 더 심한 불법 도박 사이트가 많이 생겨나기도 했다. 규제로 ‘득’보다 ‘실’이 더 많았던 셈이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게임도 웹보드 게임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된다. 일부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과도한 결제 유도 시스템과 불투명한 ‘확률형 아이템’ 판매 등으로 사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고, 규제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서서히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요즘 ‘핫’한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은 게임은 무료지만 고급 아이템을 뽑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사용자 결제를 유도한다. 사용자는 게임 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을 쓴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넷마블은 게임 출시 직후 월 매출 2000억원을 가뿐히 넘겼다. 게임의 질보다 매출이 우선인 국내 게임사들도 앞다퉈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에 수백만원을 투자해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의 불신이 생기고 10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으로 과도한 결제를 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성인들의 경우 많게는 수천만에서 억 단위의 돈을 쓰는 이들도 생겼다.

사행성 논란이 나오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만한 적절한 비용’ 이상의 결제를 유도하는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소년들이 점차 게임에 돈을 많이 쓰고 부모와의 갈등이 생길 정도의 ‘등골브레이커’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결국 정부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 규제가 시작되면 웹보드게임처럼 산업이 위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근본적인 전략 검토와 게임업계 전반이 ‘규제 리스크’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논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