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권준열 웨이브히어링 강남 센터장 (노바사우스이스턴대학교 청각학 박사과정)

김영철(72세, 가명)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일주일마다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보청기 센터를 방문한 지 두 달이 넘었다. 보청기 센터 선생님에게 조절을 받아 보지만, 나아지는 건 그때 뿐이다. 시간이 지나거나 장소가 바뀌면 잘 들리지가 않는다. 거기다가 소리는 크게 들리는데, 말이 무슨 소리인지 구별이 안 되기 때문에 더욱 답답스럽다. 그리고 보청기 센터에게 가서 불편함을 호소해보지만, 돌아오는 이야기는 적응하라는 이야기뿐이다. 할아버지는 답답하지만, TV라도 잘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도 보청기 센터를 방문한다.

고령화 사회가 다가오면서, 보청기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보청기를 사용자들 가운데 김영철 할아버지 같은 사례는 흔하다. 보청기를 꼈는데도 소리만 크고, 말소리 구별이 잘되지 않으며, 잡소리만 들려서 비싼 돈을 주고 산 보청기를 끼지 않고 집안의 애물단지로 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소리 자체만 커지고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난청이 방치된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본적으로 말소리 변별을 담당하는 청신경 기능이 약화되었기에 어음 변별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어음 변별능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보청기 착용을 시작한 경우에는 청능훈련의 도움 없이는 곧바로 말소리 뜻을 알아듣기 힘든 경우가 많다.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권준열 웨이브히어링 강남센터 센터장은 귀를 자동차에 비유한다. 권 센터장은 “100km/h로 달릴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고 합시다. 하지만 어느 날 자동차의 바퀴 한쪽이 마모 때문에 망가져 버렸죠. 이를 모르는 운전자는 속도를 내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아 보고, 기름을 가득 채워보지만, 속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속도가 잘 나오면 70~80km/h이고 어쩌면 50km/h도 안 나올 때도 있죠. 우리는 이 문제를 고치기 위해 어떻게 하는 지 알고 있습니다. 속도가 안 나오는 것은 기름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액셀러레이터를 약하게 밟아서도 아닙니다. 망가진 바퀴 때문에 균형이 안 잡혀서 그런 것이죠. 그리고 망가진 바퀴를 바로 잡는 것이 보청기에서의 청능훈련이라고 생각하면 쉽죠”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권준열 웨이브히어링 강남센터 센터장은 보청기 구매 시 보청기 가격에 3개월간의 청능재활 서비스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보청기 피팅으로 소리조절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소리조절로 만족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고,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어음변별력을 향상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청기는 제조사의 선택과 채널 등 제품의 성능을 담당하는 하드웨어적 스펙도 중요하지만, 보청기 착용 후 한계를 느낀다면 자신의 청력상태에 맞게 보청기 전문가의 청각서비스에 따라 만족도를 높이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보강해 균형을 맞추는 게 좋다.

청능훈련(Auditory Rehabilitation) 은 보청기 착용 후 집중적인 듣기 훈련을 하는 것으로 보청기 착용 후 듣게 되는 새로운 소리 경험에 대한 뇌의 적응과 의사소통이 향상될 수 있게끔 청취력을 돕는 청각 재활 프로그램이다. 개인별 청력 손실의 정도와 말소리 분별력에 대한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별 정확한 청력평가에 따른 맞춤형 청능훈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일반적으로 보청기 착용을 위한 청력평가는 주파수 대역별 최소한의 소리를 어느 정도 크기(소리 강도)에서 감지하는지 알아보기 위한 순음청력검사와 보청기를 착용하였을 때 어느 정도 말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지 미리 보청기 효과를 예측해 보기 위한 어음 변별력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주파수별 청력역치(소리를 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청력 수준)가 좋지 않더라도 어음변별력이 높다면 보청기 착용 효과가 높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청력역치가 좋더라도 어음변별력이 좋지 않다면 보청기 착용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어음변별력의 점수는 청신경을 지나 뇌로 연결되는 기능을 평가한 것이기 때문에 보청기 착용 후 말소리를 구분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청기를 구매한 뒤 반복적으로 보청기 피팅(소리 조절)을 받았음에도 만족도가 향상되지 않는다면 꾸준한 청능재활을 받아보는 것이 그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작업이다. 하지만 청능재활(청능훈련)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는 보청기 센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보청기 구매 시 청능훈련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권준열 원장은 청각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올해 노바사우스이스턴대학교 청각학 박사과정을 시작한다. 칼럼 2편에서는 보청기 착용 효과를 높여주는 청능훈련 프로그램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