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8일 "앞으로 수출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통상 분야 민간 전문가들을 한은으로 초청해 가진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새해 들어 불과 한 달여 만에 세계 무역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상황이 전개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올 1월 수출이 4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최근 3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강해지는 상황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경계경보'를 울린 것이다.
이 총재는 세계 무역 질서 변화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과 함께 독일·중국·일본에 대해 환율 조작을 경고하며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공약이 정책으로 시행된다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거라고 봤는데 예상보다 빠르고 강하게 나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우리나라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대에 이르고 있는데 지금처럼 민간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하면 곧바로 성장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부가 통상 관련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민간의 도움을 받아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기업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할 수 있는 경제계 인맥을 민간에서 동원할 수 있다"며 "미 행정부 정책이 굳어지기 전에 서둘러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