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이모(38)씨는 주말 오전 식사를 동네 편의점을 통해 해결한다. 혼자 1인분용 요리를 하기 귀찮아 편의점 도시락을 사다 먹는다. 이씨는 "(도시락이) 가격 대비 맛과 영양이 만족스럽다"며 "주중에도 술을 마시면 편의점에서 파는 포장 어묵을 사다가 해장을 한다"고 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간편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도시락처럼 포장만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음식이나, 살짝 데워먹을 수 있는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최근 4년 사이 관련 시장이 50% 이상 커졌다. 유통업체들은 늘어나는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을 겨냥해 다양한 간편식 상품을 내놓고 있다.
◇'혼밥족' 증가로 간편식 시장 4년 사이 51% 증가
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매출액)는 1조6720억원이다. 2011년(1조1067억원)과 비교하면 4년 사이 51% 성장했다. 혼자 사는 미혼 직장인이 늘어나는 데다, 결혼한 가구 중에서도 자녀 없이 맞벌이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면서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상품이 각광받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 상한가다.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2015년 1329억원으로 2013년보다 70% 성장했다. 작년 상반기까지 매출(955억원)이 2014년 연간 매출(944억원)보다 많을 정도다. 박성우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과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니 편의점 도시락은 집에 가져와서, 혼자, 일주일에 한두 번, 점심때 먹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했다.
간편식 시장의 급성장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국의 국제 시장조사기관인 '캐나딘'에 따르면, 전 세계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763억달러로서 2011년보다 9.6% 감소했다. 1인 식사가 오래전부터 대중화된 선진국에서 간편식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가구 구조가 1·2인 위주로 급격하게 바뀌면서 근년에 본격적으로 간편식이 각광받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2015년 전국 1911만 가구 중 1인 가구(520만)와 2인 가구(499만)의 비중이 53%에 달한다. 특히 1인 가구는 1990년(102만)보다 5배로 불었다.
◇유명 맛집과 제휴한 간편식 등장
간편식이 인기를 끌다 보니 유통업계는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CU·GS25 등 편의점 업체들은 유명 조리 연구가와 함께 각종 도시락 메뉴를 개발하면서 1·2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대형 마트들은 간단히 데워 먹는 즉석조리 식품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2013년 '피코크'라는 간편식 브랜드를 내놓은 이마트는 현재 출시해놓은 간편식 상품 종류만 약 1000종에 이른다. 서울 홍대 앞 중식당 '초마'에서 파는 짬뽕 맛을 살린 '홍대 초마짬뽕'이란 상품을 출시하는 등 유명 맛집과 제휴해 특색 있는 상품을 내놓는다. 홈플러스는 '싱글즈 프라이드', 롯데마트는 '요리하다'라는 간편식 브랜드를 내놨다.
올해는 설 연휴 때 1·2인 가구를 겨냥한 '혼밥 세트'가 처음 등장했다.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즉석밥과 김, 스팸, 장조림 등을 소량으로 담은 선물 세트다. 시중은행의 50대 여성 임원은 "바빠서 간편식을 종종 사다 먹는데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호기심에 점점 자주 찾게 된다"며 "상품의 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 매출 늘고 대형 마트는 위축돼
혼밥·혼술을 즐기는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유통업계도 지각 변동을 겪고 있다. 2016년 대형 마트는 매출이 전년보다 1.4% 줄어드는 등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반대로 편의점 업계는 매출이 18.1% 오르는 등 3년 내리 상승세를 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3인 이상 가족에 맞게 용량이 큰 상품을 파는 대형마트가 1·2인 가구를 겨냥하는 편의점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다"고 했다. 대형 마트들이 간편식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가구 구성원 숫자가 줄어드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간편식 트렌드가 미국과 일본을 모두 따라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에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간편식 중에서도 먹기 좋게 썰어놓은 샐러드·과일의 인기가 좋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도시락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에는 고령층을 위한 도시락 배달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