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치킨을 드시고 AI(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다면 30억원을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제너시스BBQ 본사에서 만난 윤홍근(62) 회장은 "AI는 호흡기 질병으로, 소화기(消化器)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고, 국내에서 사람이 감염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제너시스BBQ의 지난해 매출은 1조원에 바짝 다가섰지만 최근 AI 여파로 주춤하고 있다. 윤 회장은 "올해 '붉은 닭의 해'를 맞아 신규 출점을 늘려 반드시 매출 1조원 고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 혼란이 'AI사태' 키웠다"

닭고기를 먹고 AI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지만, 지난달 BBQ 매출은 전망치보다 20% 정도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AI 발병 초기만 해도 매출에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12월 중순 방역망이 무너지며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자 소비자들 불안감이 높아져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최순실 사태 등으로) 국정 혼란이 심화되며 정부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며 "10여년간 AI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제너시스BBQ 본사에서 만난 윤홍근 회장은“‘붉은 닭의 해’를 맞아 올해 반드시 매출 1조원 고지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AI(조류 인플루엔자) 사태에 급감한 매출과 관련해선“BBQ 치킨을 먹고 AI에 감염된다면 30억원을 보상하겠다”고도 말했다.

2003년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AI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생소한 감염병 등장에 소비자들은 불안을 느꼈고, 치킨 매출은 90% 가까이 급감했다. 2005년 재발했을 때도 치킨 매출이 50% 정도 감소했다. 윤 회장은 "하루 30만원 벌던 치킨집 매출이 3만~5만원에 그칠 정도로 심각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치킨외식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던 윤 회장은 'AI 괴담'을 바로잡기 위해 거의 매일 언론사와 정부 기관을 찾아다녔다. '조류 독감'이란 막연한 표현 대신 학계 공식 용어인 AI로 표기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윤 회장은 "AI 확산으로 살처분을 당한 농가는 보상이라도 받는다지만, 우리 '패밀리 사장'들은 매출 하락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며 "'30억 보상' 약속은 치킨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BBQ 가맹점주를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뜻에서 패밀리 사장이라고 부른다.

"'배달 음식' 치킨을 레스토랑 메뉴로"

윤 회장은 "올해에는 신규 출점에 본격적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제너시스BBQ는 현재 1800여개인 점포 수를 2020년까지 4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BBQ 매장 수는 2002년 이후 거의 변동이 없다. 그는 "인구 4000명 이상 상권에만 점포를 열 수 있게 했지만, 15년이 지나며 경제 규모가 커졌고 소비자들의 구매력 또한 높아졌다"고 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전국 '치킨집' 수를 약 5만개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에서 '3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 1위는 치킨집(38%)이었다. 치킨집 수는 2002년 이후 연평균 9.5%씩 증가했지만, 개업 10년 이내에 문을 닫는 곳이 67%에 이른다. 윤 회장은 "기존 패밀리 사장들의 판매 영역을 쪼개서 새로운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으론 안 된다"며 "이들이 기존 점포 근처에 2호점, 3호점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패밀리 사장들이 과당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제너시스BBQ는 신규 점포를 '올리브 카페'라는 카페형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배달 중심 치킨집에서 테이블에 앉아 치킨과 맥주 등 음료와 함께 즐기는 경쟁력 있는 레스토랑 형태로 발전시켜 가맹점의 생존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BBQ 치킨 한 마리 가격은 1만6000원('황금 올리브 치킨' 기준)이다.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BBQ는 2005년부터 콩기름 대신 올리브유로 닭을 튀긴다"고 설명했다.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으로 '트랜스 지방' 문제가 대두된 2000년대 중반 윤 회장은 당시 콩기름보다 평균 4~7배 비싼 올리브유 사용을 선언했다. 올리브유로 닭을 튀기면 트랜스 지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윤 회장은 "올리브유 사용으로 치킨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결국 품질을 높인 것이 오늘날 '치맥'(치킨+맥주)이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 상품의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