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구조 악화로 고전하는 이랜드그룹이 주력 의류 브랜드인 티니위니를 중국 업체에 매각했다. 티니위니는 2004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해 매장을 1300여개로 늘렸던 인기 캐주얼 브랜드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한때 400%에 육박했던 이랜드의 부채비율은 이번 매각을 통해 24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랜드는 그룹의 대표적 '캐시 카우'(현금 창출원)이던 티니위니 매각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최근 역량을 집중하는 유통 사업 분야에서 만회를 기대하고 있다.

주력 브랜드 티니위니, 中 기업에 8700억원에 매각

이랜드는 "티니위니를 중국 고급 여성복 업체인 브이그라스에 51억3000만위안(약 8700억원)에 매각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매각 금액은 국내 패션 브랜드의 글로벌 M&A 중 최대 규모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번 매각으로 7500억원의 매각 차익을 확보해, 작년 말 300%였던 부채비율을 올 1분기 중 240%까지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곰돌이 캐릭터의 티니위니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선호하는 중국 20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대표 브랜드로 꼽히면서 연간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랜드가 중국에서 론칭한 40여개 패션 브랜드 중 매출액 기준으로 뉴발란스(5000억원)에 이어 2위로, 이랜드의 전체 중국 매출 중 18%를 티니위니가 거둬들였다.

중국인들이 중국 상하이 강후이광장 쇼핑몰에 있는 이랜드의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이랜드는 25일 티니위니를 중국 업체에 8700억원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이랜드가 티니위니 매각으로 재무 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봤지만, '캐시 카우'를 잃어 성장에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에서 연 매출 3000억~4000억원대를 올리는 '이랜드'와 '스코필드' 등 후속 브랜드가 성장하고 있고, 유통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패션과 외식 사업에 주력했던 이랜드는 지난해 1월 현지 유통 기업 팍슨과 함께 상하이에 대형 몰을 개장하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현재 중국 전역에 대형 매장 6곳을 운영 중이다.

한숨 돌렸지만… "연말까지 계속 매각 작업 하겠다"

이랜드는 공격적인 M&A와 중국 사업 확대를 거듭하며 몸집을 키웠다. "의·식·주·휴(休)·미(味)·락(樂) 등 6대 핵심 콘텐츠로 영역을 넓혀야 생존할 수 있다"는 박성수 회장의 전략에 따라 2010~2014년 24건의 M&A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유동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말 이랜드의 지주회사 격인 이랜드월드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수익 창출력에 비해 재무 부담이 과중하고, 자구 계획 이행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용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 서울 홍대입구와 마곡 지구의 사용하지 않는 부지와 비수익 자산(2500억원)을 매각했다. 올 상반기 서울 강남구 쇼핑몰 점프밀라노와 부지(2000억원) 매각도 추진 중이다. 또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와 평촌과 일산의 뉴코아아울렛에 대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상장 작업도 진행해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00%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의류 부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기존 브랜드와 합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외식 부문은 추가 출점 없이 기존 매장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도 양적 성장보다는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둔 내실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